배우 조정석(35)은 유쾌하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이름을 알려서인지 더 친근하다.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이하 특종)를 들고 온 그는 여전했다. 조정석은 특종인 줄 알았는데 오보, 그 오보를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고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을 담은 이 영화에서 오보의 장본인인 방송기자 허무혁을 연기했다.
"기자 역할을 맡아야 했기에 TV 뉴스 보는 건 필수였다"는 그는 "방송기자들의 말투나 뉘앙스, 악센트를 연구했다. 스튜디오에서 말할 때, 자료화면이 나올 때, 현장 톤이 다 다르더라. 뉴스를 자주 보면서 연습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극 중 허무혁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리포트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강한 어조와 똑 부러지는 말투로 대사를 외우더니, 특유의 어수룩한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줬는데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말을 이어갔지만, 극 중 허무혁은 상상을 초월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연한 제보로 살인 용의자의 집에 들어가 메모를 가져와 특종기자가 됐다. 하지만 그건 '량첸살인기'라는 중국 소설의 한 글귀였을 뿐이다. 오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잡아 보려 하지만 방송국은 난리다. 특종을 터트려 시청률이 오르고 전화 불통, 홈페이지 폭주, 팀장'부장'국장 모두가 환호한다. 그런 상황에 휩쓸려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더 큰 특종에 대한 압박이 이어진다. 지루하고 따분한 기자 이야기겠거니 했다면 오산이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스릴러적 요소와 블랙코미디 요소가 혼합됐다.
허무혁은 힘들었겠으나 그를 연기하는 조정석은 즐거웠다. 그는 "시나리오 읽는 맛이 굉장히 좋았다. 퓨전 파스타 같은 맛?"이라고 웃었다. "전작(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셰프 연기해 봤다고 또 이렇게 표현이 되네요. 하하."
그러다 역대 작품 중에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잘된 경우가 없다고 하자 웃음기를 거뒀다. "기자 이야기가 흥행이 된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어요.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그래도 '특종'은 기자라는 역할보다 한 남자가 거짓말을 해가면서 계속 이어지는 상황들이 재미있었어요. 기자 이야기라는 느낌은 딱히 못 받았던 것 같아요."
'특종'은 조정석의 애드리브 같은 혼잣말과 대사가 웃음을 주기도 한다. 혹자에게는 납득이가 생각날 것도 같다. 조정석은 "몇몇 장면에서 애드리브가 있다"고 인정했다. 제보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신 등 누구라도 생각했을 장면들에서 그의 '끼'가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날 보고 애드리브 많이 하는 배우라고 인식하시는 편인데, 그렇게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그 상황에 충실해 그 사람이라면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대사를 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석에게 허무혁과 비슷한 경험은 없겠지만,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진 경험이 있지 않을까.
조정석은 "어릴 때 사소한 거짓말을 많이 해 혼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커서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참 많았죠. 태권도장을 다녔는데 관장님이 너무 무서워서 빠지고 오락실 갔던 적이 있어요. 갔다고 거짓말도 하고, 여러 가지 잘못한 게 많았죠.(웃음)"
성인이 되어서는 의도치 않게 자신이 말한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경우가 있다. "내가 말한 게 다르게 받아들여져 난감한 적이 있어요. 괜히 수습하려면 이상하니깐 놔뒀는데 일이 점점 커지기도 했죠. 나중에 제대로 된 의도도 밝히고 해명해야 했던 적이 있어요."
조정석은 이번 영화 촬영을 하다 다치기도 했다. 후반부 범인과 싸우는 장면에서 대치하다가 팔을 다쳐 응급실에 실려 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상대 때문에 다친 건 아니고요(웃음). 근육에 염증이 생겼대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의 액션이라서 갑자기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근육이완제도 바르고 뿌리기도 했는데 제 마음대로 안 돼 다쳤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죠."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다가 영화계로 넘어온 지 3년 만에 원톱 주인공을 맡게 된 조정석. 최근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 모두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 승승장구다. 불안감과 흥행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는 않을까.
그는 "'특종'이 잘 돼야 뭐라고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사실 흥행 안 된 작품도 있긴 하다. 그래도 거의 다 잘됐다고 말해주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조정석은 또 "'다음 작품이 궁금한 배우, 기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흥행이 안 돼도 다음 작품에서 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누군가 조정석에게 기대감이 있다면 좋은 작품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 나름 낙관적이라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스트레스받고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고, 다시 다음 날 '으샤샤' 힘을 내는 거죠.(웃음)"
공교롭게도 전작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서 호흡을 맞춘 박보영이 출연한 '돌연변이'와 22일 대결을 시작했다. "개봉날짜가 결정되면서 오랜만에 연락했어요. '보영아, 이게 무슨 일이니!'라고 했더니 보영이가 '그러니깐요!'라고 하더라고요. '서로 열심히 하자'고 아주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했어요. 둘 다 흥행이 잘되면 좋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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