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제는 해피 '버스'데이] <5>시내버스 '서비스' 우선돼야

식물원 버스·마이크 아저씨…작은 친절에 승객은 '큰 웃음'

대구 시내버스 친절 기사 모임인 \
대구 시내버스 친절 기사 모임인 \'친절한 시민의 발\' 회원들. 이들은 운전기사 친절 교육 강사로 직접 나서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사례를 강의했다. 매일신문 DB

"승객이 웃어야 버스가 산다."

시내버스 승객은 기사의 작은 친절에 웃는다. 기분 좋은 승객이 늘면 버스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다. 버스가 친숙하고 편해지면 이용하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높아진 서비스로 인해 버스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신뢰는 버스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고, 사랑받는 버스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다. 버스의 경쟁력인 '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봤다.

◆이색 서비스, 여전한 불편

대구 시내버스 가운데 이색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끄는 운전기사들이 있다. 버스 내부를 특색 있게 꾸미거나, 승'하차 시민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친절 기사들이 시민들을 즐겁게 한다.

420번 버스는 '식물원 버스'로 유명하다. 버스 안은 나팔꽃 덩굴이 운전석 뒷자리에서 차량 뒤쪽까지 뻗어 있다. 철사를 설치해 덩굴이 버스 천장을 덮도록 했다. 운전기사 백원현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 7년 전부터 이 같은 식물원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도심에서 승객들이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909번 버스의 박재섭 씨는 '마이크 맨'으로 유명하다. 박 씨는 기사 모자와 제복, 넥타이 등을 착용하고 승'하차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머리에는 헤드 마이크가 있어서 운전하는 중에도 승객에게 재밌는 말을 거는 등 친절 서비스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박 씨가 마이크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99년으로 올해로 16년째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남아 있다. 민원을 제기한 승객들은 "예정시간보다 더 빨리 출발하는 바람에 차를 놓쳐 뒤차를 기다려야 했다. 목적지를 물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거나 퉁명스럽게 답한다. 도심에서 속도를 지나치게 높인다"며 하소연했다.

이러한 시내버스 불편신고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불편신고 접수는 모두 2천155건으로 하루 평균 5.9건에 달했다. 이는 2013년(2천9건)보다 7.3% 증가한 것이고, 2012년(1천802건)에 비해선 19.6%나 많은 수치다. 불편신고 중 '불친절'과 '무정차 통과'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주춤하는 서비스평가 성적표

전문기관이 ▷운행관리 ▷안전성 ▷고객만족도 등 3부문으로 나눠 조사'분석한 시내버스의 서비스평가 성적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해 1차 서비스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1.02점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평가였던 지난해 2차 평가(82.28점)보다 1.26점 감소한 수치다. 최근 5년간 서비스평가가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 반등했지만 올해 다시 감소한 것이다.

올해 서비스평가 점수가 떨어진 내용을 보면 운행관리 부문에선 배차계획 준수율 항목 점수가 떨어졌다. 특히 차량몰림률이 85.87점에서 77.51점으로 10.8%(8.36점)가, 운행계획 미준수가 84.62점에서 76.81점으로 10.2%(7.81점)가 각각 하락했다. 고객만족 부문에서도 외부청결과 내부청결이 각각 16.6%(11.69점)와 15.5%(10.97점)로 지난 평가 때보다 크게 하락했고, 차내쾌적성과 조급운전도 11.6%(8.39점)와 5.8%(3.97점) 떨어졌다.

반면 이전에 비해 개선된 내용도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 점수는 25.39점에서 37.62점으로 32.5%(12.23점)나 높아졌고, 운전기사의 복장상태도 65.08점에서 73.76점으로 11.8%(8.68점)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평가 대상이 된 26개 버스업체 중 관음교통이 단연 눈에 띈다. 지난해 2차 평가에서 꼴등을 했는데, 올해는 8등으로 등수가 18등이나 껑충 뛰었다. 이 업체는 차량 내 준수사항(소화기, 손잡이, 안내방송)을 비롯해 내'외부청결과 복장상태 개선 등 자체 노력을 기울인 결과, 종합점수가 77.72점에서 81.36점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서비스 질 높일 처방은

대구시는 부진한 서비스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 올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시는 다수의 버스업체가 낮은 점수를 받은 '역점 개선' 항목으로 조급운전, 친절성, 인사성, 저상버스 도입률 등을 꼽았고, '개선 필요' 항목으로 안내정보, 차량몰림률, 정시도착, 복장상태, 내'외부청결 등을 정해 집중 보완할 계획이다.

우선 차량의 위치가 드러나는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을 활용, 배차간격을 지키지 않고 몰려다니는 버스의 운전기사를 관리할 대장을 작성한 뒤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또 운행기록 분석 종합진단표를 만들어 사고위험이 높은 운전자에겐 경고장을 발급하는 한편 엽서와 추천전화 등을 통해 친절하다고 추천된 운전기사에겐 포상을 할 방침이다. 더불어 '하기사의 하루' '행복을 전하는 네 바퀴' 등 친절기사를 내용으로 한 연극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이려고 한다.

'모니터단'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2006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모니터단을 운영하고 있다. 노선별로 3명씩 모두 300여 명으로 구성된 모니터 요원이 주 3회 이상 버스를 이용하면서 서비스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친절기사 추천, 무정차 통과와 교통법규 준수 확인 등 지난해에만 3천64건의 모니터 실적을 올렸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근무평가 점수제 운영, 타이어 열 감소장치 개발, 친절기사와 신입기사의 멘토링, 주행 전 음주운전 단속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해 버스업체들이 자체 노력을 해왔다"며 "앞으로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가점 항목으로 적용하는 등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고,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통해 난폭운전을 객관적으로 가려내는 등 평가제도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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