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주택조합의 명암] 꼼꼼히 따지면 "안전"…대충대충 보면 "큰일"

최근 대구 지역주택조합 과열 양상에 따라 시내 주요 도로변에 불법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최근 대구 지역주택조합 과열 양상에 따라 시내 주요 도로변에 불법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수성구청 직원들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하는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청 직원들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하는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明…시행·업무·분양 '토박이' 내세워 먹튀 루려 해소

변호사가 업무 대행사 대표 맡아 자문해 주는 곳도

지역주택조합이 진화(?)하고 있다.

대구에만 무려 29곳에서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주택조합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사업의 투명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의 종합세트인 시행사, 분양대행사, 광고대행사 등을 모두 대구 토박이가 맡아 '먹튀' 우려를 잠재우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내세우는 곳도 있다.

외부 자문기구인 자금관리위원회를 따로 설치해 투명한 자금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조합도 생겨났다.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것이다.

22일부터 조합원을 모집하는 수성구 중동 한양수자인 엘리티지 지역주택조합은 토박이의 힘을 적극 홍보한다. 업무대행사인 ㈜삼은에이앤씨는 아파트 시행'분양'시공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실적을 보유한 지역 회사다. 임직원들도 모두 대구 토박이다. 성서한마음타운, 옥포 제림뉴타운, 강북화성파크드림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최근 수성3가 롯데캐슬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분양대행사 ㈜이룸도 대구 업체로 아파트 분양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삼은에이앤씨 서해교 대표이사는 "대구에서 진행되는 지역주택조합 중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지업체인 경우가 많다. 해당 사업지의 구청에 찾아가 토지확보 여부 등 사업수행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업무 능력을 갖춘 업체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조합원을 모집 중인 '황금동 서희스타힐스 골든나인9'은 건축, 법률, 세무, 마케팅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토지매매계약서도 공개해 사업의 안전성을 내세운다. 이곳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토지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다. 일부 조합은 토지확보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부풀려 광고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예 업무 대행사 대표를 변호사가 맡은 곳도 있다. 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변호사가 사업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하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법률적 자문을 직접 해주고 있다.

분양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확보, 시공사 선정, 자금 흐름 등 여러 문제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일이 잦아 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조합마다 체계적이고 시스템화된 사업 구도를 갖춘 점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暗…'과장광고' 현수막 주의보…12개 조합 몰린 수성구 "뗐다 붙였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은 모두 주택조합 대상지(?).'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과열되고 있는 주택조합 열기에 주의보를 내렸다.

대구시는 최근 각 동주민센터에 '지역주택조합 가입, 꼼꼼히 따져보세요'란 제목의 전단을 내려 보냈다. 전단은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는 주택조합에 자칫 잘못 가입하면 재산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입 전 8개의 유의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공사나 시행사가 분양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주택조합은 조합원이 책임 주체가 돼 사업 실패나 손해 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대지 확보 없이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사례도 많아 이 같은 주의 전단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수성구청도 주택조합 불법 현수막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대구에서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사업 29개 중 12개가 수성구에 몰려 있는데다 상당수 조합이 거리 곳곳에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조합원 모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성구는 직원들과 기간제 단속요원들을 총동원해 평일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현수막 단속을 벌이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업체들은 구청 단속을 피해 주말에 집중으로 현수막을 걸고 있다"며 "심지어 주말 동안 걸었다가 월요일에 다시 수거해 가는 등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철거 현수막은 평일에 200~250장, 주말에 300~500장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불법 현수막을 설치한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가 2억7천만원(108건)이나 된다. 같은 기간 전체 현수막 단속은 2만2천739건에 이른다.

불법 현수막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1건(1매)당 32만원의 과태료를 물리지만, 한도가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15, 16개 정도까지만 행정처분이 가능한 허점이 있어서다.

이에 구청은 불법 현수막을 설치한 모집업체와 홍보대행업체를 동시에 고발하기로 하고, 최근 1건에 대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지역주택조합의 무분별한 불법 현수막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철거하고 경찰에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주택조합 옥석 가리려면…부지 확보·사업 인허가·자금 관리 확인은 필수

'어떤 단지를 골라야 할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지역민들이 직접 조합을 결성해 해당 토지를 구매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일종의 '공동 구매 아파트'다. 일반분양 아파트와 달리 조합원들이 직접 시행사가 된다. 원가의 10~20%를 차지하는 시행사 이윤이 없다 보니 일반분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부지 확보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합원을 모집하다 보니 사업 지연이나 추가 분담금 발생 등의 피해를 낳게 된다.

사업 리스크는 토지 확보, 사업 인허가, 자금 관리의 안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인이 서로 다른 다수 토지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토지확보 과정에서 가격 상승 및 매입 장기화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추가로 생긴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 이후 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사업 인허가를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착공 및 입주 시기가 길어질 수 있으며, 사업 추진위 및 업무대행사가 투명한 자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집 없는 서민이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탁회사를 통해 자금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는지, 시공 예정 건설사는 시공실적 등에서 믿을 만한 회사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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