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검거돼 조만간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강 씨는 조 씨 사기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어쩌면 최후의 인물이다. 검찰은 강 씨를 통해 사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검찰이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조 씨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집단이 검찰과 경찰이다. 검찰은 조 씨 일당에게 검사와 수사관이 뇌물을 받아 구속 재판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시골 출신 사기꾼에게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 경찰은 총경급 간부를 비롯해 돈을 받은 것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경찰관만 5명에 이른다. 조 씨 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시골 사기꾼에게 치욕을 당한 검찰은 아직도 명예 회복을 못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시작된 조 씨 사건 재수사를 통해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고철무역업자와 채권단 관계자, 뇌물을 받은 경찰관 등 15명가량을 구속했고, 1천200억원가량의 은닉 재산에 대한 추징 보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온전히 검찰의 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피해자들은 고철무역업자와 채권단 관계자 등을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소했다. 그때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던 검찰이 지난해에야 재수사에 착수했다. 재수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은닉 자산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은닉 자산도 피해자들이 발로 뛰며 밝혀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피해자들이 여전히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이유다.
강 씨 검거는 검찰이 시골 사기꾼에게 당한 모욕을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다. 검찰이 강 씨를 통해 사기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면 구겨졌던 체면을 세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더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검찰 관련자가 더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구속 재판 중인 검찰 수사관의 처신과 관련돼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시중에 널리 퍼져 있다. 이 같은 소문과 풍문에 대해 명쾌하게 해답을 주는 것도 검찰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조 씨 사기 사건 실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자칫 수사 과정과 결과에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개입시킬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전례에 비추어 보면 강 씨 수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강 씨의 동생 강호용과 조 씨의 측근인 최천식이 중국에서 붙잡혀 국내에 송환됐다. 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을 통해 밝혀낸 은닉 자산이나 로비 실체는 거의 없다. 구속 중인 두 사람의 판결문을 읽어봐도 별 내용이 없다.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강 씨를 통해 사기 사건의 실체와 은닉 자산 규모, 로비 실체 등을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이 명예 회복할 기회는 영영 없어질지 모른다. 더욱이 일부 피해자들은 강 씨 검거를 조 씨 꼬리 자르기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씨에게서 만족할 만한 수사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더 이상 밝히기 힘들 뿐만 아니라 검찰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또 몇 년 후 구속된 조 씨 사기 사건 관련자들이 출소하게 되면 이들은 법적인 면죄부까지 받게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최근 조 씨 사건과 관련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지검 고위 관계자는 "강 씨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 검찰의 능력"이라고 큰소리쳤다. 장관의 각오와 고위 관계자의 장담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오롯이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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