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듀! 대구시민야구장] 16년 째 치어리더 노숙희 팀장

"삼성 응원하다 저절로 골수 팬, 술 취해 응원 추태 이젠 없겠죠"

한국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은 화려한 치어리딩이다. 1990년대 초반에 처음 선보였으니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관람 위주 문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가장 먼저 매진되는 좌석은 치어리더 주변인 게 현실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을 맡고 있는 노숙희 (주)놀레벤트 치어리더팀장은 국내 10개 구단 치어리더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벌써 16년째 대구시민야구장의 응원을 이끌고 있다. 삼성은 홈 경기에 모두 6명의 치어리더를 내세운다.

"키(173cm)가 크다 보니 고등학교 때 우연히 거리에서 캐스팅됐어요. 처음에는 야구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이제는 골수 팬이랍니다. 삼성이 아쉽게 지는 날에는 후배 치어리더들이 제 기분 맞춰주기에 바쁠 정도죠."

노 팀장이 꼽는 삼성 치어리딩의 강점은 역동적인 안무다. 그러다 보니 예쁜 표정으로 찍힌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게 치어리더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다. 난도 역시 무척 높은 편이다.

"관중 앞에서 보여드리는 것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서너 달을 연습합니다. 팬들의 박수가 큰 힘이 되죠. 다행스러운 점은 저희 팀원 모두가 대구 출신이라서 호흡이 잘 맞다는 것이에요."

일부 치어리더들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진출하기도 한다. 노 팀장 역시 단상에 오르던 시절에는 인터넷 팬 카페 회원이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수카 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노 팀장을 보려고 수십 명의 팬이 그의 얼굴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맞춰 입고 경기장을 찾을 정도였다.

"최근 모 구단의 치어리더가 불미스러운 소문에 휩싸여 논란이 되고 있잖아요? 저희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색안경을 끼고 저희를 바라보는 팬이 아직 많다는 게 참 마음 아픕니다. 술 취해 응원석에 올라오시는 분도 새 야구장에서는 더는 안 계셨으면 좋겠어요."

노 팀장에게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2011년 8월12일 KIA전이다. 당시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334경기 만에 개인 통산 200세이브의 대기록을 세웠다. 최소 경기 200세이브 세계 신기록이었다. 그런데 오승환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지면서 불꽃이 전광판에 옮아붙는 바람에 소방차들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였던 터라 정말 속상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죠. 26일부터 치러지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선수들의 방망이에 불이 났으면 좋겠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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