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일반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전문 연극배우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교사극단, 직장인 연극단, 청소년 연극단, 노인 연극단 등 나이와 직업'직책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에게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문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향유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신호다. 무대에 한번 서보는 기분을 맛본다는 것만으로도 그 효용은 충분할 것이다.
이번 주말판은 '낮엔 교사, 밤엔 배우'로 변신하는 교사극단의 모습을 비춰보고, 직장인 연극단과 청소년 연극단 등 다양한 계층에서 즐기는 아마추어 연극인들을 만나본다. 취미'힐링'교육 등 왜 일반인들이 연극에 빠져드는가도 분석했다. 더불어 대형 공연 위주로 지원되는 정부'지자체의 정책도 따져본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교사들이 무대 위에 우뚝 섰다. 2015 교육연극축제 개막작(뮤지컬 '아름다운 선물', 11월 3일 공연)에 출연해야 하기 때문. 전체 13명 중 10명이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고, 나머지 3명은 기자'콩나물 극단 배우'초등학교 학생이다. 교사들은 익숙한 교단을 벗어나, 낯선 무대를 접하게 된다. 낮에 학생들 가르치다, 밤에 배우로 변신하는 것도 힘들지만 주말까지 반납하며 벌써 2개월째 맹연습 중이다. 이들은 오직 무대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연기뿐 아니라 춤'노래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도 크다. 극단 콩나물 대표인 정성희 연출가는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감동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우'는 배우는 사람
교사들로 뭉친 이번 팀은 제법 아마추어를 벗어나 체계적인 연기교육을 받고 있다. 말이 '배우'라지만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대사 호흡, 손동작, 발의 동선 등 아직 모든 게 서툴기만 하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프로다. 10명의 교사 중에는 교장 2명, 말레이시아에서 온 국제교류교사가 2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용기도 박수를 보낼 줄만 하다. 교장은 권위를 내려놓고 무대에 오르며, 국제교류교사들은 언어장벽에 부딪치지만 즐겁게 임하고 있다.
권혜숙 용계초등학교 교장은 주연인 '강정아 회장' 역을 맡았다. 많은 대사분량과 춤, 노래 때문에 지난주에는 녹초가 되어 링거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권 교장은 "교사들이 만드는 이번 작품은 힐링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모범적인 표본이 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배기정 교장은 '배 사장'이라는 단역을 맡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열정적이다. 특히나 국어교사 출신답게 대본에 있어서, 앞뒤가 안 맞는 말들이나 시점 등을 정확히 꼬집어내 수정하도록 도왔다. 배 교장은 "잘하든 못하든 이번 뮤지컬에 출연한 배우들은 학생들에게 연극을 통한 인성교육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노르하일미 무탈 립은 '카메라맨' 역, 레오 루이 한은 '김 사장 부인' 역을 맡아서 대구에서 뮤지컬에 출연하는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둘은 짧은 우리말 대사 몇 마디를 하기 위해 한 달 넘게 고생하고 있다.
◆교사들의 연기 투혼, "살아있네!"
개막공연 날짜가 다가오면서, 교사들의 긴장감은 증폭되고 있다. 2개월 가까이 연습했지만,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막판 디테일(연기의 세밀한 부분을 잡는 작업)에 한창이다. 연기도 문제지만 노래와 춤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크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신미혜 대구용계초등학교 부장교사는 '강 회장 이웃'이라는 조연을 맡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노래 파트가 많아서, 뮤지컬 넘버의 음악적 완성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백대성 대구용계초교 부장교사도 '10대 민수'와 '가수'라는 1인 2역을 맡아, 연기를 위해 기타를 배우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대구지묘초등학교 김창호 부장교사는 '김 사장' 역을 맡아,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김동철 교사는 '김 교수' 역으로, 대사는 몇 마디 되지 않지만 그 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 수백 번씩 반복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축제의 뮤지컬 개막작에는 교육극단 콩나물의 전속배우 권초영(민수의 여자친구 '한지애' 역)과 대구대진초등학교 2학년 이유진 양이 아역으로 등장하며, 기자 역시 '강 회장 비서'라는 비중 높은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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