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교 2년째 맞는 위기 학생 위탁 교육기관 '마음이 자라는 학교'

사랑으로 감싸주니, 손을 잡더라

대구시교육청의 대안학교
대구시교육청의 대안학교 '마음이 자라는 학교'가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위기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곳의 오케스트라 교육, 유기견 보호소 방문 봉사활동, 교사와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 바리스타 동아리 활동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A학생은 중학교 때 학교에 가지 않고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등 '문제아'였다. 대안 교육을 진행하는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부설 '마음이 자라는 학교'를 찾았다가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갔지만 학교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했다. 결국 A학생은 다시 마음이 자라는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 교사들은 다시 만난 A학생을 따뜻하게 맞았고, 교육과정을 마친 A학생은 올해 특성화고에 진학, 학급 반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B학생은 따돌림에 시달려 등교를 거부하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를 찾았다.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던 B학생은 텃밭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면서 점차 변했다. 친구들과 가꾼 채소로 김치를 담근 뒤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졌고 자신감도 찾았다.

#다니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C학생은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서 길을 찾았다. C학생이 마음의 문을 연 곳은 '스윙 오케스트라'. 오후 수업 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교사, 친구들과 집중적으로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수료식 날 C학생은 친구들과 '모어 베터 블루스'(More Better Blues)를 연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랑으로 감싸 안다.' 개교 2년째를 맞은 위기 학생 위탁 교육기관 '마음이 자라는 학교'(이하 마자학교)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마자학교는 대구시교육청의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에 설치된 곳. 대구 중학생 가운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들을 위해 돌봄과 치유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운영되는 대안학교인 셈이다. 마자학교는 기수별로 운영되는데 일반 학교의 1학기가 이곳에선 1기다. 2013년 8월 문을 연 이래 4개 기수 입교생 156명 중 128명이 이곳을 수료,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현재 재학 중인 5기 학생은 35명이다.

이곳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1학기 때는 학생 71.7%, 학부모 77.6%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는데 올해 1학기 때는 교육과정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학생 92.3%, 학부모 91.3%로 높아졌다.

마자학교 김형섭 교장은 '믿음'이 이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김 교장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줬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움츠러들었던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연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것 말고 넘어질 때마다 툴툴 털고 일어선 것을 자랑하라고 이야기해 준다"고 했다.

이곳에 온 학생들 중에선 잘못을 저질러 보호 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위탁 이후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른 학생은 기수당 한두 명에 그치고 있다. 방황하던 학생들을 붙잡을 수 있었던 데는 교사들의 관심과 배려 외에 예술, 진로, 체험학습 등 다양한 대안교육 과정을 운영한 점도 한몫했다. 학생들은 직접 수업을 선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자존감을 되찾았다. 자치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을 기획한 한 학생은 "자전거를 타고 경주까지 다녀오면서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마음껏 달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문양식 교사는 "제도 안에서 정해준 대로만 살아가는 것보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활동을 많이 운영하겠다"고 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마자학교는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1학기 입교생 38명 중 35명, 2015년 1학기에는 36명이 입교해 31명이 수료했다. 매 기수 학생들의 평균 출석률은 80% 이상이다. 2014년 1학기와 올해 1학기 출석률은 각각 82.3%와 83.5%. 학교에 다닐 때는 교실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결석을 밥 먹듯 하던 학생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지난해 2학기(3기) 수료생 가운데선 전 과정 개근상을 받은 학생이 2명 나왔고, 수료생 전원이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상급 학년으로 진급했다. 올해 1학기(4기) 수료생들도 모두 원래 다니던 학교로 복귀했다.

수련원 송승면 원장은 "마음속에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 마자학교를 통해 치유되고 성장했다"며 "아이들이 도중에 지치거나 주저앉지 않도록 마자학교 선생님들이 늘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행할 것"이라고 했다. 입학 상담 문의는 053)23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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