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논술 전형, 누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4개 영역 평균 등급보다 특정과목 성적 높으면 적합

김기영
김기영

"OO대학 의예과에 내신 5등급 학생도 합격했습니다."

대학입시 설명회장에서 강사가 논술 전형 합격 사례로 보여준 학생이다. 그러면서 강사는 "수능시험 점수가 낮아도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만족하면 되고, 내신 등급이 낮아도 실질 반영 점수가 낮기 때문에 합격의 당락은 논술시험입니다"라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상위권 대학의 논술 전형에서 내신의 등급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정시모집에서 합격하기 어려운 수능 점수로도 최저학력기준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사교육 기관들이 앞다퉈 이러한 논술 전형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데 열을 올리면서 몇 년 전부터 고3 학생들에게는 추석이 없어졌다. 추석 연휴 동안 논술 특강을 개설하는 학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석 연휴는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논술 학습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홍보한다. 학생부 전형으로 합격이 어려운 내신과 정시에서 합격이 어려운 수능 실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빠져들기 쉬운 유혹이다.

논술 전형을 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객관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수능의 경우에는 전국학력평가를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내신도 개별 학교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지만 논술시험은 사정이 다르다. 몇몇 사설기관이 운영하는 모의고사가 있지만 참여 학생 숫자와 문제의 난이도, 채점 기준 등이 실전과는 차이가 커서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논술 전형에 지원할 만한 학생 유형으로는 모의고사에서 영역 간 점수 편차가 심한 학생을 먼저 꼽을 수 있다. 4개 영역 평균 등급보다 일부 영역의 등급이 높은 학생(타 교과에 비해 특정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이 논술 전형에 적합하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에 수학, 과학 등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학생이 총점 기준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전형보다는 수시모집 논술 전형에 경쟁 우위가 있다. 인문계열 학생은 국어, 사회 영역의 등급이 높으면서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학생이 유리하다.

학교 유형별로 보면 특목고, 자사고, 학력 수준이 높은 일반고에 논술을 대비하는 것이 유리한 학생이 많다. 이들 학교에는 내신 등급보다 모의고사 등급이 높은 학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대 논술(AAT)전형을 살펴보면 수성구 지역의 학력 수준이 높은 몇몇 학교와 자사고가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표 1, 2)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논술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수능과 논술의 연계성이 높은 게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비칠 뿐이다. 지금은 없어진 우선선발(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먼저 합격 기회를 부여하고 떨어진 학생들은 일반선발에서 다시 평가하는 방식) 합격자의 논술 성적이 일반선발 합격자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표 3)

논술시험을 충실하게 준비했다면 수능 등급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북대의 논술(AAT)시험을 보면 수도권 대학들보다는 쉽게 출제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합격자 평균 점수는 400점 만점에 인문대학 276점, 사회과학대학 276점, 자연과학대학 263점, 수의과대학 250점, 경상대학 268점, 공과대학 244점, 농업생명과학대학 221점, 사범대학 279점, 생활과학대학 272점, 간호대학 261점, IT대학 275점, 자율전공학부 268점, 의과대학 292점, 치과대학 274점으로 269점대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난이도 대비 점수가 높지 않은 것이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의 선택과목인 과학시험 성적은 수학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 과학 과목 준비 여하에 따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여지도 크다.

수도권 대학의 논술 전형에는 재수생들의 지원과 합격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정시에서의 강세만큼 논술 전형에서도 재수생, 특히 반수생들의 강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보면 논술시험과 유관한 과목들이 대부분이고 이공계열 학생들은 수학, 과학 등 기초과목을 이수하면서 더더욱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학교와 학생들은 논술 전형을 대하는 방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상위권 대학의 논술 전형과 경북대 AAT전형은 다른 시각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 경우 재수생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습전략을 세워서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수능과 별개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 전형은 자신의 내신과 수능 점수로 가기 어려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지만 자신의 성적과 학습 성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논술 전형을 충분히 이해한 뒤 학습 전략을 짜고 계획대로 진행해야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논술 전형에 성향이 맞지 않는데도 무턱대고 학원을 오가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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