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살인자와 인권

1948년 유엔 총회가 선택한 세계 인권선언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되어 있다. 이는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 신분 등 모든 종류의 차별에 관계없이 생명과 신체, 비인도적인 형벌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갖는 것을 뜻한다. 다소 포괄적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은 보호해야 하고, 개인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권의 기본 개념은 엄격한 법 집행과 늘 충돌한다. 법이라는 것 자체가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처벌을 통해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태아 상태 때부터 포함해서) 절대적인 인권을 가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어떤 법도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이 정한 처벌을 제외한 모든 상황에서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정도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범법자의 체포에 따른 인신구금 때부터 심문, 재판, 확정 판결, 판결에 따른 수감, 그리고 만기 출소 때까지 모두 적용된다. 세계 인권선언문의 제11조에 모든 형사 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명백하게 법을 위반했고, 당장 잡아 가두지 않으면 다른 이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현행범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 체포한 뒤에는 살인자의 인권도 마땅히 보호해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이다.

베링 브레이빅은 2011년 7월 노르웨이 정부 청사에 폭탄 테러를 하고, 정치 캠프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70여 명을 살해했다. 노르웨이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브레이빅은 현장에서 체포돼 사형제도가 폐지된 법에 따라 법정 최고인 2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커피가 차갑다" "빵에 바를 버터가 충분치 않다"는 등 처우가 비인간적이라며 여러 차례 불평했다.

그가 이번에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편지를 검열하고, 결혼할 권리가 막히는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했지만, 법원은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였다.

부상자까지 포함해 그가 말살한 수백 명의 인권은 21년의 수감과 맞바꿔치기 한 것으로 끝이 났고, 그의 인권은 전혀 다른 문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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