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설] 문 대표, 대구 와서 '교과서'밖에 할 얘기가 없었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대구 방문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대구와 경북을 국정화에 찬성하는 지역으로 몰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 교과서 얘기밖에 할 말이 없었는가 하는 점에서 그렇다. 대구경북에는 교과서 문제보다 더 급한 현안들이 많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제1야당 대표라면 지역 현안에 대해 해결 방법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관심은 표명했어야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 대표의 인식 틀은 분명하다. 국정은 악(惡)이고 검인정은 선(善)이란 흑백논리다. 그러나 이는 문 대표 개인의 이데올로기적 편견이나 예단일 뿐이다. 국정교과서는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국정이 악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일부 검인정교과서가 우리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인정이 무조건 선인지도 의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흑백논리의 틀에 대구경북을 밀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표는 "안타깝게도 대구는 아직도 (국정화) 찬성 여론이 좀 높다. 그래도 처음에는 찬성 여론이 월등히 높다가 지금은 거의 근접했다"라고 했지만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대구경북에서 찬성 여론이 높다고 치자. 그것이 뭐 어떻다는 것인가. 국정교과서가 그 자체로 악일 수 없듯이 찬성 여론 역시 그 자체로 나쁜 것일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은 누구나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래서 여론은 여론일 뿐 나쁜 여론이나 좋은 여론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는 자신의 기준으로 대구의 찬성 여론이 나쁘다고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반대와 예산 심사를 연계하면서 새마을운동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깎겠다고 했다. 그 이유로 26.9%나 증액됐다는 점을 들면서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편성된 특혜 예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경상북도를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타당성 유무와 관계없이 지역 예산을 깎으려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화에 반대해달라고 하는 이중 플레이를 과연 대구경북 시도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