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인해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정부 자체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고백한 이유도 현 경제의 골이 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내수 회복에도 우울한 경제 지표
기획재정부는 26일 '2015년 GDP 흐름의 주요 특징과 평가' 자료를 통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2% 성장해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내수 기여도가 1.9%p라고 밝혔다. 특히 민간 소비(0.6%p)와 정부 소비(0.3%p), 건설 투자(0.7%p)가 내수 기여도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대비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4%p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수 회복세에 대해 "주택시장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3분기 추경 등 재정 집행 확대, 소비 활성화 조치 등 메르스 이후 신속한 정책 대응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전체 성장률이 3%대에 이르려면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내수 회복 속도나 수출 부진 등을 감안하면 이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세계 교역량 정체 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내수 중심의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내수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소비 절벽에 봉착
경제 불황 상황이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악성 상황이란 것은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적극적 경기 부양책과 엔화 약세에 힘입어 급부상하는 일본과 환경 문제와 인건비 증가로 인해 성장 동력이 식어가는 중국의 쇠퇴를 통해 한국 경제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달 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소비에 불씨를 지폈으나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일회성 정책이라 장기적으로 침체 기류를 꺾기에는 역부족이고, 정책 일몰 이후 소비가 급속히 감소하는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노후 차량의 신차 교체 시 개소세 및 취'등록세 각각 70% 감면 정책으로 2009년 2분기 당시 소비가 반짝 증가하면서 민간 소비 증가율이 3.3%로 급증했지만 바로 그다음 분기에는 1.0%로 떨어진 바 있다. 반짝 정책 이후 '소비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부채 부담 등 구조적인 소비 부진 요인과 중국 성장 둔화'위안화 절하 지속 등 중국 경제 불안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2016년에도 민간 소비와 수출(국제수지 기준)이 각각 1.9%, 3.8%에 그치는 등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도 암울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국내 모든 제조업 회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다. 우선 중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면서 당장 우리나라 수출에 내수 경기까지 비상이다. 국내 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4%로, 세계 평균(10.4%)과 비교해 의존도가 높다. 실제 올 들어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 턱걸이를 하면서, 6월(0.6%)을 제외하고 대중 수출은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성장하는데 그쳤다. 2009년 1분기(6.6%) 이후 분기 성장률로는 최저치다.
수출 부진의 대명사로는 자동차 업계가 떠오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상반기 30% 이상 판매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기아차도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지난 상반기 판매량이 30만3천157대로 전년 동기대비 2.4%가 줄었다.
조선업계도 사상 초유의 적자 늪에 빠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가 올 상반기 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5년에도 빅3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은 40년 넘는 대형 조선 3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중국발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 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사이 5% 가까이 급락하며 추가 악재까지 덮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 철강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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