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는데도 저축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미래 불안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부문의 순저축률은 2013년도보다 1.2%포인트(p) 높아진 6.09%를 기록했다. 가계 순저축률은 가계의 순저축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 1990년대 초반만 해도 20%대를 유지했던 가계저축률은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2011년 3.39%까지 낮아졌다가 2012년 3.42%, 2013년 4.90%로, 작년까지 3년 연속 상승 추세다.
가계저축률 증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올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예금이나 보험, 주식, 채권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의 증가액은 61조8천억원으로,1분기의 43조7천억원과 비교해 18조1천억원 늘었다.
2분기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1% 감소할 정도로 소득 여건은 악화됐는데 가계가 씀씀이를 더 줄이면서 쓰고 남은 돈이 더 늘어난 것이다.
가계 부문을 중심으로 저축이 늘면서 기업과 정부, 가계를 모두 합한 총저축률은 지난 1분기 36.5%를 기록, 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 3분기(37.2%)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총 저축률은 35.3%로 1분기(36.5%)보다는 1.2%p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저축 확대는 가계의 재무여건을 양호하게 하고 기업 투자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꼭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경기회복이나 가계소득 증대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향후 경기 전망이나 노후 등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측면이 강해서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연간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해당 조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CEO연구원 고건영 컨설팅 팀장은 "가계저축 확대는 향후 경제성장, 고용, 임금 등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저축의 증가로 보인다. 이는 소비위축 및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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