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는 요즘 인접 시·군들과의 협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부터 달성군, 청도군과 함께 추진하는 '한방 휴(休)' 사업, 올해 시작된 경산시와의 '수경(壽慶) 주민 Hi-Up' 프로젝트 등이다. 각 지자체의 강점과 특성을 연계시켜 관광객 유치,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을 꾀하는 사업들인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 뿌듯한 것은 수성구청 직원들이 조금씩 개방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특성이 다르고 기관장이나 조직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으로 소통과 협업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융합을 통한 창조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자연스럽게 배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경북도청 이전과 관련된 논의에도 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도청 이전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은 분명 중요하지만, 도청 이전에 대비하는 정책이 거기에 함몰되어서는 곤란하다. 대구의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먼저 도청 이전이 가져올 현실적 여파를 따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도청을 따라 100개 이상의 기관단체와 1만 명 이상의 인구가 빠져나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대구'경북의 상생 발전이라는 구호가 더욱 공허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도청 이전으로 경북도민들은 경북의 중심이 더 이상 대구가 아니라는 공간적 결별과 그에 따른 정체성 변화를 확고히 해나갈 것이다.
대구로서는 향후 대구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고 어떤 방향으로 주변 지역들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목표는 분명하다. 대구를 진정한 메트로폴리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인접 중소도시들과 연계하고 협력하는 통합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졸저 '역동하라 대구경제'에서 제안했던 광역경제권을 다시 언급하고 싶다. 광역전철이 놓여 1시간 이내로 연결이 가능해질 구미, 칠곡, 경산, 영천 등과의 경제·문화·생활권 통합을 말한다.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20년 이상 전국 꼴찌에 머물렀지만 GRDP 대비 GRI(지역총소득)는 2011년 기준 118.4%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대구시민들이 대구 경계를 넘어 왕성하게 경제활동에 나서 그만큼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제권역을 더 넓게 보고 그에 맞는 정책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결론이 분명해진다.
대구와 경북의 구분은 관념적이고 행정적·관료적 구분일 뿐 개인과 기업은 경계를 거침없이 넘어다닌다. 도청 이전에 따라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은 자연스럽게 대구광역권, 경북도청권, 포항·경주권으로 형성될 것이다. 이를 다시 동남권 초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수도권 및 세계 거대 경제권과 경쟁하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세계 IT의 허브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소로 철저한 벤처정신과 기업가정신이 꼽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건 개방적 네트워크다. 벤처기업가와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만나고, 정보·자본·인력이 끊임없이 교환되고, 대학·연구소·기업 3자 간 지식 공유 네트워크가 형성돼 인력과 기술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도청 이전을 새로운 대구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터에 대한 접근부터 거시적일 필요가 있다. 초광역경제권 형성을 주도하는 헤드쿼터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시청의 경제부서들을 옮기고 대규모 벤처기업동을 만들고 지역기업 비즈니스센터를 입주시키고 경북대 공대, 대구경북연구원 등 연구기능을 집적시켜 개방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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