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한국 채무 2.3배 늘어
포퓰리즘 예산·잦은 추경 편성 때문
재정 건전 위해 예산책임청 설립해야
유권자 표 의식하면 국가혁신 어려워
예로부터 강대국이 몰락한 것은 과잉팽창과 외세의 침략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역사의 서술이었지만 미국 공화당의 경제 브레인 글렌 하버드는 경제의 불균형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가나 문명의 흥망성쇠는 군사'정치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균형에 달려 있다는 새로운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번성했던 고대 로마도 그렇게 몰락했고,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스페인도, 미국을 추격하던 일본도 재정이 악화되면서 강대국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2016년 정부예산(지출)은 386조7천억원이다. 올해보다 11조원 늘었지만 내년에도 역시 적자편성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50조원 늘어 645조원에 이르게 된다. 내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어선다.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2017년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1%까지 늘어난 692조원이 된다고 한다. 정부는 본예산 기준으로 내년 지출증가율은 3%로, 수입증가율은 2.4%로 잡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적자 편성이 경제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민을 담고 있지만 계속된 적자는 결국 국가채무만 늘어나게 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부터 2017년까지의 GDP 규모가 530조3천억원에서 1천687조8천억원(추산)으로 3.18배 증가되지만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 동안 60조3천억원에서 692조원으로 무려 11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GDP 증가에 비해 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금융위기 이후의 최근 10년 동안만 보아도 흑자 재정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10년 새 나랏빚은 2.3배나 늘어 눈덩이처럼 증가하였다. 또 공공기관 부채 500조원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는 GDP의 90%를 초과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권고기준이자 재정건전성 기준점인 60%를 1.5배 초과하여 국가재정이 위험단계에 있다는 중대 경고다.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증가된 주된 요인은 역대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에 의한 예산편성으로 인한 세수부족과 저성장 속의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지출의 확대에 있다. 예산을 편성하면서 경상성장률을 관성적으로 경제성장률 4%에 물가상승률 3%를 합해 매년 6, 7%를 잡아왔지만, 실제는 4% 달성도 안 돼 계속적인 세수부족의 재정적자와 경기 침체 때마다 추경편성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반복적으로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역대 정부가 쏟아낸 포퓰리즘 예산의 급증에 있다. 각 정당의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의 장과 의원 선거 때마다 마구잡이로 도입한 온갖 인기영합적인 복지예산 등이 급증했다. 복지예산이 1997년 16조원으로 GDP의 3.8%인 것이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 올해 115조원, 내년 123조원으로 GDP의 31.8%로 급상승하고 있다. 내년 예산증가액 11조원 중 7조원이 복지예산인데 이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대상이 자동적으로 늘어난 이른바 자가증식 복지예산이다. 지금같이 복지비중이 계속되면 2033년에는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PIIGS)처럼 될 것이라는 국회예산처의 전망도 있다.
재정 건전화는 국정과제이다. 20년 동안 눈덩이처럼 늘어난 국가채무는 그동안 시행해 온 정책과 방식으로는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만들 수가 없다. 새로운 제도와 틀로써 과감하게 재단을 해야 한다. 각 정당의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독립된 기구인 예산책임청(예: 영국의 OBR)을 설립하여 예산을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기획 편성하고, 예산이 수반되는 법률 제정 시에는 국회가 반드시 페이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을 국가균형재정법으로 개정하여 국가채무의 건전성 유지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채무상환을 강제하고, 절약 또는 불용예산은 이월하거나 채무 상환에 운용하는 재정 건전에 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재정이 건전해지면 경제가 좋아지고 좋아진 경제는 재정 적자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경제력의 원천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좋은 제도에서 나온다. 유권자의 표만 의식하여 복지 등에 지출이 너무 많으면 인프라에 쓸 돈이 부족하여 국가혁신이 어렵다. 차라리 포퓰리즘 복지보다는 '임자, 해봤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 등의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살리는 분위기에 투자하는 게 낫다.
※권일환: 1956년 상주 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박사. 민주평통자문위원. 한국세무사회 사회공헌위원장.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대구경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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