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 공세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동부 산림지대에 서식하는 실잠자리 암컷은 수컷이 구애할 때 가져오는 선물을 보고 교미 여부를 판단한다. 선물은 파리나 모기 등이다. 암컷이 선물을 받아먹으면 수컷은 교미를 시작한다. 선물은 커야 한다. 교미 중 암컷은 수컷을 잡아먹는데 선물을 먹는 시간이 길어져야 수컷이 교미를 마치고 달아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암컷이 배가 고프면 작은 선물에도 교미를 허락하지만 이 경우 식사가 빨리 끝나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힐 위험성도 높아진다.
어떤 종류의 파리 수컷은 가짜 '예물'을 제공한다. 먹이와 비슷한 크기의 흙덩이나 나뭇잎 부스러기를 명주실로 포장해서 암컷에게 바친다. 가짜 먹이일수록 포장은 더 촘촘하다. 암컷이 포장을 뜯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달아나겠다는 꼼수다. 포장을 다 뜯어본 암컷 파리는 분노하지만, 수컷은 이미 용무 마치고 줄행랑을 놓은 뒤이다.
번식에 목숨을 거는 것은 곤충뿐만 아니다. 포유류 동물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경쟁자와 싸우며, 교미 후 생명력을 소진해 죽는 동물도 허다하다. 생물들이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번식에 나서려는 데에는 진화론적으로 이유가 있다. 아메바처럼 무성생식(세포 분열)을 하는 단세포 생명체는 사실상 죽음을 겪지 않는다. 다세포 생명체는 환경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성생식을 택했지만 죽음이라는 대가가 따라왔다.
종족 번식이 생명체에 부여된 지상 과제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아주 우려되는 나라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인해 인구 절벽이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방한한 인구학자 해리 덴트는 "2018년 한국은 인구 절벽을 경험할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혼'출산 장려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증적 요법에 그치고 있다. '만사결통'(만사는 결혼에서 통한다)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운용하겠다거나 초'중'고등 학제를 단축해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최근의 당정 발표가 있었는데 실소마저 나온다. 이러다가 조혼 풍습을 부활하자는 말까지 나오겠다.
더 근본적인 대책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취업 잘되고 아이 낳아 키우는 데 별걱정이 없으면 저출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재정 투입 중심의 출산과 보육대책 등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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