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이누이트 패러독스 등은 음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해주는 좋은 예다. 상식과 다른 결과라는 의미에서 패러독스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꼭 들어맞는 절대 기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적포도주나 생선 지방 등을 적당히 먹으면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물에 초점이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 등이 특정 음식에 대한 권고라면 설탕과 소금, 패스트푸드 등에 대한 규제는 주홍글씨다. 최근 서울시가 지하철 등 공공시설 자판기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판기에 '탄산음료가 영양소 불균형과 비만, 골다공증, 지방간 등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붙인다. 이런 조치에 음료 제조사들이 반발하고 개인 선택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비슷한 논란이 가공육 제품으로 옮겨붙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이 햄, 소시지, 베이컨, 햄버거 패티 등 가공육이 술'담배처럼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 위험이 18% 높아지고 소'돼지'양 등 붉은 고기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육류 회사들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몇 해 전 미레이 쥐리아노의 '프랑스 여성은 살찌지 않는다'(French Women Don't Get Fat)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독자는 와인이나 올리브유, 견과류 등을 떠올렸지만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적게 먹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천천히 먹고, 많이 걷는 것이다. 프랑스의 낮은 비만율은 OECD 회원국 비만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15세 이상 인구를 조사한 결과 영국의 비만율은 22.4%로 EU에서 가장 높았지만 프랑스는 9.4%로 이탈리아(8.3%) 다음이었다. 미국은 무려 30.6%였다.
음식과 비만, 건강에 대한 인식과 예방 노력은 이미 세계적 과제다. 영국은 2004년부터 학교나 직장 등의 표준음식을 법령으로 정하고 모든 음식에 설탕과 소금, 지방 비율을 명기하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몸매 관리에 드는 헬스 비용까지 국가 예산으로 댈 정도다. 아마 이런 노력이 프랑스를 '살찌지 않는 나라'로 만든 하나의 비결일 것이다.
탄산음료나 가공육을 둘러싼 유해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결국 무엇을 먹을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과 문화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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