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원전, 쩐의 전쟁

요즘 울진군 사람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덕 원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10대 사업제안을 보고 나서 울진의 민심의 한 단면이란다. 산자부와 한수원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업제안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 중 10대 사업 제안의 규모가 15년을 밀고 당긴 끝에 얻은 낸 2천800억 대안사업비보다 적지 않다는 대목이 울진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울진 대안사업비 타결에 맞춰 울진과 영덕을 방문했을 때는 지금과는 반대였다.

젊은 검사 시절 영덕에서 재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영덕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던 정 전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영덕 사람들이 미래에 원전에 대해 잘 된 선택이었다고 할 정도로 신경 쓰겠다"고 했다. 이에 원전발전론에 동조하는 영덕사람들은 '울진이 저 정도면 우린 30년 만의 신규원전이니 더 받아내야 한다'며 부러움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영덕 원전에 대한 반감이 지금처럼 표면화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서로 인접한 영덕'울진 사이 이런 분위기는 서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원전과 같은 혐오시설도 아닌데 이만한 돈이 상생기금으로 조성되는 경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울 시내 면세점 재승인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베팅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상생과 사회공헌'을 위해 2천7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하고 SK그룹 역시 워커힐과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할 경우, 총 2천400억원을 제시했고 롯데그룹은 1천50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영덕 송이 팔아 한 해 300억원이다"는 말이 있다. 영덕과 서울이라는 공간과 사회적 경제적 투자 여건이 다른 경우지만 지방사람들에게 이만한 돈이면 통한다는 눈높이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삼척 원전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 고리 7, 8호기 부지는 당분간 사용이 어렵다. 전력이 남아 돌아간다는 분석도 있지만 모자라는 상황 땐 이미 늦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 전력 당국 입장에선 영덕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이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 보면 '전력수급계획' 역시 '행정계획' 일뿐이다. 행정 계획이 '국민주권'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우선할 수는 없다.

다행히 요즘 영덕 사람들은 "찬반 모두 영덕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정부'한수원에 대한 신뢰회복 그리고 영덕사람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보다 구체적이고 파괴력 있는 카드가 제시된다면 꼬인 실타래를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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