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성우(43)는 요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빠지는 작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작품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자신보다 유명했던 SBS 배성재 아나운서의 형 정도로 인식되고,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역전된 것 같다고 하자 배성우는 멋쩍게 웃는다.
그는 "그래도 (성재는) 온 국민이 좋아하는 축구를 해설하는 축구 캐스터다. 나는 아직'''"이라며 말을 줄였다. 그러면서도 "난 어렸을 때 연극을 좋아했고, 성재는 스포츠를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즐거워했다.
물론 아직도 영화팬들은 배성우라는 이름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아~!'라는 감탄을 끌어낼 법하다. 한 컷이 나와도 존재감이 상당했다.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워킹걸' '상의원' '빅매치' 등등. 그가 나오지 않은 영화를 꼽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배성우를 웃긴 배우로 인식했다. 짧은 분량에도 확실하게 '웃음'으로 존재감을 심었다. 그런 그가 최근 섬뜩한 모습으로 변신,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코믹한 모습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 무표정한 얼굴이 사악하게도 변하다니 놀란 이들이 꽤 있을 듯하다. 영화 '오피스'의 살인범 김병국 과장에 이어,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더 폰'에서도 악행을 저지른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엄지원)로부터 전화를 받은 변호사 고동호(손현주)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다룬 이 영화에서 배성우는 고동호와 대척점에 있는 전직 부패 경찰 도재현 역을 맡았다. 배성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연기자로서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배우는 많은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장면에 따라 슬프기도, 무섭기도, 웃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폰'은 그가 이제까지 출연한 영화 중 비중이 가장 높다. 더 부담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배성우는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그 안의 이야기, 캐릭터에 맞춰서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건 마찬가지"라면서도 "이번에는 사건에서 중요도가 있는 역할이기에 부담감이 있긴 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물론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연기를 잘했다. 스릴러 장르 보는 양념의 역할을 톡톡히 냈다. 영화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에 이어 또 한 편의 스릴러 '더 폰'을 선택한 손현주에게 싫증을 느꼈을 관객도 분명 배성우의 존재감에 압도당했으리라. '더 폰'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마션'을 제치고 연일 1위를 달리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으로 누적관객 80만 명을 넘어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과 그에 따른 상황 전개, 도심 추격 장면 등 신인 감독 김봉주의 배짱도 한몫했겠지만, 악한을 연기한 배성우의 역할도 꽤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더 폰'에는 액션이 많기 때문에 손현주를 비롯해 배우들이 꽤 다치기도 했다. 손현주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톱이 깨져 나갔다. 배성우는 인대가 찢어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뛰지도 말고 안정을 취해야 했는데 영화에 누가 되기 싫어 아프지 않은 것처럼 똑같이 연기했다. 과격한 액션에 따른 '훈장'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후반부 과격한 액션은 더 많이 이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연기했다. 그 덕에 후반부까지 관객은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할 수 있다.
"초반에는 진짜 열심히 치료받아서 의사 선생님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매번 촬영가서 액션 신 찍고 와야 했으니 호전되지 않았죠. 그래도 정말 이 영화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배성우는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 중학생 때 교회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꿨고, 제대 후 늦깎이 서울예전 연극과 신입생이 됐다. 199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데뷔한 그는 이후 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많은 배우가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하잖아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파급력이나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전 '난 연기나 잘해야겠다'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에 계속 무대에 섰어요.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했죠.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영화 오디션 현장에 간 거죠."
2008년 영화 '미쓰 홍당무'가 시작이었다. 이후 여기저기서 찾는 이가 많아졌다.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이후부터는 오디션 없이 "배성우면 OK"라는 말도 듣게 됐다.
"작년부터 시나리오를 많이 건네주시더라고요. 또 언제부턴가 제 이름이 찍힌 시나리오가 왔고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내 이름이 찍힌 대본을 주위에 자랑하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수줍은 듯 웃는 그에게서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이 비쳤다.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하니, 머리까지 긁적였다.
"저 생긴 건 평범하지 않나요? 친한 분들은 '일단 당신은 진짜 더럽게 생겼으니깐 웃어라'고 하세요. 망치 같은 것 들면 섬뜩한데 웃으면 순하고 사람 좋아 보인다고요. 그래서 많이 웃으려고요. 실제로도 사람들 웃기는 것 좋아해요. 긴장감 있는 연기를 할 뿐이에요. 하하."
배성우는 주인공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당연하죠. 주인공 하고 싶은 욕심이 없으면 어떻게 연기하겠어요. 물론 그것보다 더 우선시되는 건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가장 크다는 거랍니다. 한 신이 나오더라도 '이 이야기와 배역에 네가 딱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게 제일 큰 욕심이에요. 나만의 색이 풍겨 나오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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