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5년 10월 27일이다. 30년 넘도록 내게 매년 10월 27일은 1년 중 하루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어떤 의미가 생긴 날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기자가 되고 지금껏 여러 편의 기사를 썼다. 과거 기사를 뒤적이다 보면 '그래, 이런 기사도 썼었지'라는 기사가 있는 반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기사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 10월 23일 보도된 '119 올 텐데 뭘… 아파트, 자동제세동기 의무화 남의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이 기사는 보도가 된 날보다 앞선 같은 달 13일 작성한 것이었다. 이미 써둔 기사가 지면에 실리지 않아 '언제쯤 보도되려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보도된 날 지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 기사에 딸린 기사 때문이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가수 신해철 씨 심정지 수술'이었다. 나흘이 지나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고 신해철, 그가 세상과 이별한 지 1년이다. 그는 내게 우상이었고, 그를 생각하면 애틋함을 느낀다. 나는 어려서부터 신해철의 음악과 그의 밴드 넥스트를 좋아했다. 또 매일 늦은 밤까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을 듣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일면식도 없음은 물론이요 그의 공연장을 찾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그에게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그의 메시지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기까지 백수 시절, 한 팟캐스트에서 그는 자신의 팬이라는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삶을 응원하는 말을 했었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나만의 특별한 기억인 건 아닌가 보다. 지난 24일 JTBC '히든싱어4'는 사망 1주기를 맞아 고 신해철을 재조명했다. 이 방송에서 한 출연자는 신해철과의 특별한 인연을 들려줬다. 이 출연자는 2009년 자신이 신해철 팬 페이지에 신해철의 노래를 부른 걸 올렸고, 이를 본 신해철이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출연자는 신해철과 만나 계속 연락하고 지내며 음악 지도를 받기도 했다.
같은 날 방송된 KBS2 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는 문희준이 "신해철 선배님 때문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야기인즉슨 문희준이 과거 앨범 작업을 하면서 9개월간 집에서 갇혀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 신해철이 문희준에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갇혀 있느냐. 나와라"며 꾸준히 연락했고, 또 하루는 문희준을 불러내 "네 음악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 너 나 존경하냐. 네가 존경하는 내가 네 음악을 인정한다. 이제 용기 가질 수 있겠지?"라고 했던 일을 회상했다.
내게 '스타'는 이런 모습이다. 내게 진정한 리더는 이런 모습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한 말처럼 낮은 자와 함께하는 그런 모습. 구중궁궐에 있기보다는 대중과 함께하고, 소통하고, 힘이 되는 모습. 지금 우리에게 그런 스타, 그런 리더가 있는가? 내 머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그런 사람이 고 신해철이기에 아직도 그를 추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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