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욕망하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의 책을 펴낸 미국의 식품 전문가 마이클 폴란은 식품학이 '환원적'(還元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식품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전체 연쇄 과정이 너무나 복잡해 식품영양 연구자들은 전체 과정을 잘게 쪼개고 분리해 각각의 부분들을 따로 연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문제점은 식품 내 어떤 물질이 유익(또는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해도, 식품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전체 과정에서 그런 물질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리코펜, 비타민E 등 항산화물질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증거다.
이들 항산화물질의 혈중 농도가 낮은 것과 암 및 심장병 발병률이 높은 것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돼 있다. 그러나 이들 물질을 채소와 과일에서 추출한 보충제로 섭취했을 때는 이를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핀란드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E를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병률 및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았다.
흡연자와 직장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 시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 보충제를 섭취한 집단이 위약(僞藥)을 먹은 집단보다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46%나 높았다. 이후에도 이런 임상시험은 여러 번 시행됐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항산화물질은 사망률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높일 가능성이 컸다. ('배드 사이언스' 벤 골드에이커)
햄과 소지지 등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표에 관련 업계와 육류 수출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북미육류협회(NAMI)는 "IARC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를 쥐어짜 특정 결론을 조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의심은 WHO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WHO는 암을 유발하는 것이 가공육 제조에 쓰이는 보존제 등 첨가물인지, 아니면 육류 자체인지 구체적인 원인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식품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전체 과정을 알아내는데 이르지 못한 현대 과학의 근본적 한계에 있지 않나 싶다. 가공육을 먹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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