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터키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터키인의 조상은 훈족과 튀르크족이다. 이견은 있지만, 우리와 뿌리가 같은 북방 유목민족이자 역사 시간에 자주 나왔던 흉노, 돌궐족의 후예로 고조선 때부터 자주 우리나라를 침략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한족(漢族)에게 밀려 현재의 터키 쪽으로 물러나고부터는 우리와의 연결고리가 희미해졌다. 터키가 다시 가까이 다가온 것은 한국전쟁 때 연합군으로 참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들은 우리를 피를 나눈 형제라는 뜻의 칸카르데쉬 (Kan Kardesh)라고 부른다.
이어령 씨의 어떤 수필집에 실린 글 가운데 터키와 관련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1960년대이거나 70년대 초반쯤 터키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적은 것이었다. 한 터키인이 한국전 참전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이 도와줬다며 다소 뻐기는 태도로 굉장히 못 사는 나라라고 비하해 기분이 좀 상했다고 했다. 이어, 전기 코드만 꽂으면 바람이 나오는 기계라며 선풍기를 보여 줬는데 '이런 것을 본 적이나 있겠느냐'라고 비아냥대는 느낌을 받았다 한다.
그래서 참전해 도와줘 고마운 것은 맞지만, 자존심이 상해 점잖게 대꾸했다 한다. 바람이 나오다니 정말 신기한 제품이고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먼저 칭찬을 한 뒤, 그 대신 한국에는 버튼을 누르면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디셔너라는 것이 있는데 혹시 아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터키인은 얼굴이 벌개지며 화제를 돌리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경제력은 역전이 됐고, 불안한 터키 정국은 과거 우리나라의 어떤 시대를 연상시킨다. 최근 터키발 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사진이 있는 포스터를 길거리 벽에서 뗀 10대 청소년 두 명이 검찰로부터 대통령 모독죄로 각각 2년 4개월 형을 구형받았다 한다. 또 대통령에게 욕을 한 17세 소년은 교실에서 체포돼 11개월 징역형을 받았고, 같은 죄로 15세 소년이 체포되기도 했다.
우리도 대통령을 욕하거나 사진을 훼손하면 처벌하던 시대가 있었다. 유신 정부가 1975년에 만든 국가모독죄가 근거였다. 그러나 이 국가모독죄는 13년 만인 1988년 여야 합의로 폐지됐다. 이 조항은 법원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으로 지난 21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터키의 대통령 모독죄를 보면 이제 우리가 터키를 도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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