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머신 한 대 3천만원!, 그럼 커피도 더 맛있을까?

커피 도구와 맛의 상관관계

'장비병'이란 말이 있다.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취미에서 비싸고 고급스러운 장비를 갖추는 걸로 자신의 조예라며 자랑을 일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커피 추출 도구들이 시중에 나와 있고, 가격도 5천원 안팎에서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싸고 고급스러운 도구가 좋은 커피의 맛을 보장할까? 취재 결과 정답은 '절반만 맞다'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자동차와 같다

우리가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커피에 적정량의 물을 섞은 커피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장비가 장벽이 된다. 그렇다면 실제 커피전문점의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은 얼마일까. 현재 대구에서 가장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곳은 수성구 범어동의 'R'카페의 '슬레이어'라는 머신과 달서구 대천동의 'T'카페의 '시네소'라는 머신으로 1대 가격은 약 3천만원이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 급' 기계들이다.

인터넷 검색과 커피 관련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현재 대구 시내에 가장 많이 쓰이는 업소용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은 500만~700만원 선이다. 많이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이것도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힌 금액이라고 한다.

대구지역에서 에스프레소 머신 수리업을 하는 제일상사 김형택 대표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자동차와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새 자동차라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고장나며 초보운전자가 몰면 사고가 나기 쉽다. 중고차라 할지라도 베스트드라이버가 제대로 관리해주면서 운전한다면 새 차만큼 잘 나간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그렇다는 것이다. 테이블탑 커피의 전현주 Q/C팀장은 "수동이나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예열부터 커피 원두 분쇄도 조절 등 관리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관리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기계 내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생각보다 까다로운 도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고품 가격이 급전직하하는 것도 자동차와 같다. 김 대표는 "700만원 이상 하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중고시장에 나오면 200만~300만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1 원두, 2 사람, 3 기계

"커피를 추출하는 기계와 도구는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커피 전문가들에게 "커피 도구가 좋으면 맛도 그만큼 좋아지지 않느냐"고 했을 때 나온 답들이었다. 커피 도구의 특성이 커피 맛의 특징을 달리할 수는 있어도 원래 맛없던 커피를 맛있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커피 원두를 두고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와 프렌치프레스로 내리는 커피는 그 맛에 차이가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가 깔끔하고 맑은 맛이라면, 프렌치프레스로 내리는 커피는 커피 안에 원두 가루가 약간 남아 있어 거칠지만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커피가 더 맛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의 원두와 도구에 관해 전문가들의 결론은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첫 번째는 원두, 두 번째가 사람, 세 번째가 기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어떤 커피이든지 질 좋고 로스팅이 잘 된 원두라야 맛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커피 내리는 도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좋은 원두가 있을 경우 훌륭한 맛의 커피를 뽑을 수 있으며, 도구와 장비는 굳이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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