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인간희극/김시무 지음/본북스 펴냄
1천만 관객이 성공의 잣대가 된 한국 영화계에서 관객 수와 상관없이 꾸준히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는 영화감독이 있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 내놓는 작품마다 빠짐없이 호평을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이다. 그가 국내외 영화제 및 영화상에서 거의 매년 수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자면 입 아프고 글로 쓰면 손 아프다. 가장 최근 그는 17번째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올해 제6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 정재영은 같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상수는 지루하고 뻔하게 흘러가던 한국 영화에 새 물결을 일으켰고,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올라섰다.
책은 홍상수의 필모그래피와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단의 평가들을 소개한다. 또 홍상수 영화의 도드라진 특징인 페르소나(감독이 분신처럼 내세우는 영화의 상징적 인물)의 임무를 부여받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특히 최근작들은 '꿈의 해석'이라는 틀로 해석해본다. 저자 김시무 한국영화학회 회장은 홍상수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리뷰를 썼다. 그렇게 20년간 모은 글들을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그런데 저자는 홍상수 감독과 인터뷰는커녕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다. 저자는 "여느 감독과의 인터뷰도 극도로 자제해왔다. 감독의 의도를 알면 그 감독의 영화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권장할 수 있는 영화 감상법이다. 특히 감독의 의도대로 단순히 읽기보다는, 관객이 참여해 쓸(해석할) 여지가 많은(그렇게 해야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홍상수의 영화라면 말이다. 이 책은 그 길잡이다. 21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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