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북한이 노동당 7차 대회를 여는 까닭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졸업.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졸업.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김정일 시대 없었던 대회 36년 만에 복원

집권 5년 차 체제 안정·자신감 과시하는

김정은 시대 정치·경제·대남관계 출발점

내년 5월 구체적 중장기 전략 종합 제시

노동당 7차 대회를 북한이 내년 5월 초 연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최초로 열리는 당 대회다. 1980년 10월 노동당이 6차 당 대회를 열었으니, 햇수로 36년 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지도자 시절에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당 대회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왜 이 시점에 7차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일까? 까마득하게 오래전 열린 바 있는 당 대회 개최 소식을 전하는 북한의 의도가 새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노동당 당 대회 자체가 우리에겐 생소하다. 한마디로 당 대회는 북한 노동당 최고의 기구이자, 노동당의 장기 정책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축제의 장이다. 당 대회가 노동당 차원의 전략과 노선을 결정하는 최고, 최대의 행사인 것이다. 노동당의 최하 단위인 세포부터 토론을 시작해 군당, 도당, 중앙당까지 집중 토론이 진행되는 행사이기에 한 번 당 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5개월 이상 소요된다. 그만큼 당 대회는 중요한 행사다.

왜 북한은 1980년 이후, 35년 동안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1980년 이후가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었고,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뚫고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980년대 이후 지속된 장기 경제난, 김일성 주석 사망, 대량 아사자 발생과 이른바 고난의 행군,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등 일련의 내외 어려움이 당 대회 개최를 불가능하게 했다. 원래 노동당 당 대회는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축제의 장이다. 그 축제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 1980년대 이후 내내 북한을 짓누른 것이다.

7차 당 대회 개최는 '김정은 표 북한'의 시동을 의미한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내외에 과시하는 행사인 것이다. 1980년 열린 6차 당 대회가 당시 김정일로의 후계자를 공식화시킨 행사라면, 7차 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정치행사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를 완전히 마감하고, 독자적인 '김정은 표 정치, 경제, 대외관계, 대남관계'를 풀어나가는 출발점이다. 또 집권 5년 차를 넘어서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감, 자신감을 과시하는 행사다. 당 대회 개최는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당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김정일 체제의 '키워드'인 '선군(先軍) 정치'가 '선당(先黨) 정치', 당의 정상화로 전환될지 여부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당 대회가 36년 만에 복원되는 것은 당을 중심으로 김정은 체제가 작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7차 당 대회 개최는 김 제1위원장이 자기 체제에 자신감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행보이자, 군 중심의 정치를 마감하고 당을 중심에 두는 노동당 체제의 정상화로 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당 대회는 그동안 노동당이 걸어온 길을 총정리하는 총화와 노선을 결정한다. 김정은 시대의 아이콘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핵 병진노선'의 유지인지, 수정인지? 김 제1위원장이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돌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아흔일곱 번이나 되풀이한 '인민'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주민생활 개선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핵 문제 접근법을 변화시킬 것인지? 김정은 체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 예측할 수 있는 큰 틀에서의 결론들이 나올 것이다.

2016년 5월, 김정은 체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를 펼친다. 김정은 체제가 자신의 정치적 안정성, 경제 상황, 대외 및 대남관계 전반의 중장기 전략을 종합 제시한다. 7차 당 대회에서 나오는 결론이 김정은 체제의 미래 비전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김 제1위원장은 주민들이 보다 등 따습고 미래 지향적인 대내외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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