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낯선 풍경이다. 전인미답의 통합 5연패 문턱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남의 집 잔치에 들러리를 섰다. '각 구단이 시즌 내내 치고받지만 결국에는 삼성이 우승하는 게 KBO리그'라는 '삼부심'(삼성 팬들의 자부심을 일컫는 은어)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삼성의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좌절을 되돌아봤다.
◆가을비에 식어버린 방망이
지난달 29일 3차전에 앞서 만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3차전에선 점수가 좀 나지 않겠느냐"고도 내다봤다. 이날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이 박해민과 테이블세터를 이뤘을 때 정규시즌 성적이 가장 좋았다는 게 자신감의 근거였다.
그러나 삼성은 3차전에서 1득점에 그쳤다. 1회초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구자욱이 폭투와 나바로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게 유일한 득점이었다. 공교롭게도 1회말 수비부터 쏟아진 가을비로 경기가 2차례 중단되면서 방망이는 급격하게 식어버렸다. 1차전에서 11안타를 쳤던 삼성은 2차전 6안타 1득점, 3차전 8안타 1득점에 그치면서 승부의 분수령을 넘지 못했다.
삼성은 올 정규시즌에서 KBO리그 역대 최고 기록인 팀 타율 0.302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군 복무를 마친 배영섭까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합류했다. 류 감독이 1'2차전에서 8타수 2안타를 친 이승엽을 3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할 정도로 타자들은 차고 넘쳤다.
'쉬어 갈 타자가 없는 막강 타선'이라는 평가를 받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팀 타율 0.251을 기록했다. 2011년 0.230, 2012년 0.226, 2013년 0.232, 2014년 0.216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까지 삼성의 역대 16차례 한국시리즈 평균 0.232보다도 좋았다.
하지만 집중력이 문제였다. 득점 기회에서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마지막 고비였던 4차전에선 6회 무사 1'2루, 7회 무사 2루, 8회 1사 1루, 9회 1사 만루의 득점 기회에서 단 1점을 뽑지 못해 3대4로 패했다.
삼성은 5경기에서 13타점을 거두었지만 두산은 32타점을 올렸다. 삼진은 삼성 24개, 두산 26개로 비슷했으나 볼넷은 삼성이 10개에 그친 데 비해 두산은 25개를 골라냈다. 결국, 양의지와 정수빈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팀 타율 0.331을 이끈 두산은 삼성을 상대로 완승했다.
◆무너진 선발 야구
야구 지도자들은 흔히 '방망이는 모른다.'라는 농담을 한다. 선발 타자 전원 안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다음날 경기에선 빈공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란 말은 진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삼성이 지난 5년간 정규시즌 우승을 독식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지난달 25일 미디어 날 행사에서 올해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창용 '윤성환'안지만 등 핵심 투수 3명이 빠진 삼성에는 단기간에 승부를 결정지을 마운드의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잇몸 야구'를 선언하며 투지를 불태웠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잇몸'은 믿을 구석이 되지 못했다.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단 1차례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선발 투구)를 기록하지 못했다. 알프레도 피가로는 1차전과 4차전에서 각각 3.1이닝 6실점, 4.2이닝 4실점하고 교체됐다. 2차전과 5차전에 나선 장원삼 역시 6이닝 4실점, 2.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3차전 선발 클로이드의 5이닝 3실점이 그나마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사상 최초로 선발 투수 5인 전원이 선발 10승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4.69로 3위였지만, 이들 5명은 75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합작하며 2위 롯데(59경기)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선 일방적으로 밀렸다. 정규시즌 두산전에서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했던 삼성 투수진은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7.29를 기록, 2.86에 그친 두산에 압도당했다. 이는 삼성의 2011년 1.43, 2012년 2.94, 2013년 3.00, 2014년 2.72와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삼성의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조차 3.47에 불과했다.
류 감독은 '마지막 보루' 차우찬을 불펜으로 보내면서 경기 후반의 승기를 지킨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삼성은 1차전을 제외하고서는 한 번도 경기 중반 이후에 앞서지 못하면서 차우찬을 제대로 활용조차 할 수 없었다. 반면 두산은 올해 FA시장에서 거액을 주고 영입한 장원준, 부상에서 돌아온 더스틴 니퍼트가 기대에 부응하면서 삼성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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