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콘텐츠·트렌드 주도 지상파 아성 무너뜨려

지상파 3사+JTBC·tvN 방송 5사 경쟁시대 개막

지속 투자로 응답하라·마녀사냥 히트

화제성 높이며 방송계 강자로 떠올라

지상파는 시청률 추락…10%대도 성공

tvN '삼시세끼' 광고 단가 지상파 육박

흐름이 바뀌더니 이젠 유속이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은연중에 느껴지던 변화의 가시화다. 말 그대로다. 지상파 3사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서 틈새시장 찾기에만 열중하던 비지상파의 기운이 세지면서 방송계 전반의 경쟁구도가 바뀌었다. 지상파 3사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JTBC, 그리고 CJ E&M 대표채널 tvN의 상승세 때문이다. 지속적인 투자로 유력 콘텐츠를 만들어내 화제성과 주목도를 높이며 방송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방송계 전반, 그리고 대중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뿐 아니라 광고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으며 지상파 중심으로 형성된 굳건한 프레임 속에 발을 들여놨다. 그동안 지상파 3사를 피라미드 구조의 맨 윗자리에 두고 조심스레 두 개 비지상파 채널의 약진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더 이상 지상파 3사와 JTBC-tvN, '3강 2약'구도가 아니다. '5강' 경쟁체제, 방송 5사 경쟁시대다.

◆JTBC, 콘텐츠 화제성으로 지상파와 맞대결

JTBC와 tvN을 지상파 3사와 묶어 5대 방송사라 칭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콘텐츠의 영향력 때문이다. 이 '영향력'의 범주 내에는 창의성과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 및 방송계, 또 대중문화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시청률 자체에만 집중했을 때 타 종편사의 성적이 JTBC나 tvN보다 더 높은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중장년층에 어필하는 진부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전면 편성해 현 시청률 집계 방식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라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받기엔 미흡하다. 투자와 노력 없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안전한 길만 찾아가는 형태라 앞으로도 지상파와의 맞대결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JTBC와 tvN은 지상파를 압도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으니 '영향력' 면에서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다.

먼저, JTBC의 경우 최근 2년간 방송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온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19금 예능'을 표방한 '마녀사냥'은 제작비 대비 무려 6배에 달하는 광고수익을 올리며 화제가 됐고, SBS '매직아이'와 MBC '나는 남자다' 등 타 방송사 유사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히든싱어'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7%대까지 끌어올리며 동 시간대 지상파 콘텐츠를 위협했다. 2013년 제7회 미디어어워드에서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유일한 우수 콘텐츠로 꼽혔으며, MBC '복면가왕',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타 방송사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비정상회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재미뿐 아니라 배울 것도 많은 프로그램'이란 호평을 들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10%대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국내에 '쿡방' 열풍을 몰고 왔다.

드라마 부문에서도 '밀회' '아내의 자격' '무자식 상팔자' 등 화제작을 만들어내며 역량을 과시했다. 최근에도 드라마 '송곳'으로 숱한 이슈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단 2회 만에 굿데이터코퍼레이션과 다음소프트에서 각각 조사한 화제성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150억원대 재난 블록버스터 '디데이'를 내놓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뉴스 역시 연일 신뢰도를 높이며 특히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표방하며 100분에 걸쳐 뉴스를 내보내는가 하면 대중문화계 셀러브리티를 초대해 인터뷰까지 진행하는 등 참신한 시도로 눈길을 끈다.

◆tvN, '응답하라' '삼시세끼' 등 메가 히트작으로 방송계 흔들어

tvN은 최근 방송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채널로 떠올랐다. 스타 PD 나영석을 영입해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시리즈를 론칭해 방송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투입된 '응답하라' 시리즈로 복고열풍까지 몰고 왔다. 최근 '삼시세끼-어촌편 2'가 무려 15%대의 시청률을 기록해 방송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응답하라 1988'도 오는 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미 시즌 2로 인해 대중문화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응답하라'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이 알려지면서 각 방송사에서도 '피해 가기 눈치작전'이 치열해졌다. 이에 tvN 측은 오히려 '응답하라 1988'의 방송시간대를 앞당겨 '넘을 수 없는 벽'이라 불렸던 KBS 주말극과 정면 승부를 시도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계 안에서도 '오히려 굳건했던 KBS 주말극의 아성이 무너질 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집밥 백선생' '수요 미식회' 등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예능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며 방송계 전반에서 힘을 과시하는가 하면 '오! 나의 귀신님' '두 번째 스무 살' 등 경쟁력 있는 트렌디 드라마를 히트시키며 젊은 오락채널 tvN의 색깔을 대중에 인식시키고 있다. '식샤를 합시다' '막돼먹은 영애씨' 등 'tvN 스타일'이라 불릴 만한 드라마를 시리즈로 제작하며 지상파 드라마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굳건했던 지상파 아성 무너져

JTBC와 tvN의 상승세로 인해 지상파의 위상은 추락했다. 두 개 비지상파 채널에서 내놓은 히트작을 베끼다시피 하며 유사 콘텐츠를 생산하다 수차례 조기종영의 굴욕을 당하는가 하면, 이제는 시청률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상파라는 이름만으로 기본적인 시청률을 확보하던 시대가 이미 지났다. 비지상파의 경쟁력을 무시하던 지상파도 지금은 JTBC와 tvN을 '경쟁사'로 분류해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JTBC와 tvN의 공세로 인해 지상파의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20%대를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던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는 이제 10%대만 넘겨도 '잘 됐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5% 미만으로 훌쩍 떨어져 2%대에 그치는 드라마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SBS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은 연일 2%대의 부진한 시청률로 고전했다. KBS 2TV 미니시리즈 '아이언맨'도 4%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KBS 2TV 월화극 '발칙하게 고고'도 연일 3%대에 그쳐 관계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JTBC-tvN, 광고단가도 쑥쑥 상승

이미 광고계에서는 JTBC와 tvN을 지상파 3사와 같은 경쟁구도에 올려두고 '5대 방송사'라는 말을 공공연히 쓰고 있다. 여전히 광고영업에 있어 시청률이 기준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최근에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도 온라인과 모바일 등 TV 본방송 외 타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소위 '체감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의 광고매출 비중이 2010년 66.3% 수준에서 2014년에 이르러 57.7%까지 하락했다. 반면에, 비지상파는 2010년까지 29.5%에 머무르다가 2014년에 37.7%로 대폭 상승했다. 이 상승세의 핵심 역할을 한 방송사는 물론 JTBC와 tvN이다. 강호동과 유재석 등 지상파를 위주로 활동하던 톱MC들과 배우들을 끌어들여 경쟁력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 개 방송사의 활약으로 인해 전체 비지상파 광고 매출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미 tvN이 '삼시세끼' 등으로 광고 단가를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맞먹는 수준으로 올렸으며, 현 추세대로 올해를 넘긴다고 봤을 때 후발주자 JTBC도 머지않아 tvN을 따라 광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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