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사과 大豊, 농민은 大哭…생산량 20∼30% 급증 '한숨'

사과 10kg에 2만2천원 반토막…청도 '감 사주기 운동' 펼쳐

청도군은 20일 서울시청과 명동 일대에서 도시민을 상대로 청도반시 맛보기 및 소비촉진 행사를 열었다. 청도군 제공
청도군은 20일 서울시청과 명동 일대에서 도시민을 상대로 청도반시 맛보기 및 소비촉진 행사를 열었다. 청도군 제공

#지난달 28일 청도군청 대회의실에는 예고 없던 지역 기관'단체장 간담회가 갑자기 열렸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의 이날 간담회는 청도가 자랑하는 감 가격이 최근 '껌 값'으로 폭락하는 바람에 소비촉진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청도군은 감 값 하락과 쏟아지는 물량으로 속 타는 농민들을 위해 전 공무원들이 감 사주기 운동에 돌입했다. 이날 이승율 청도군수는 다른 기관'단체도 감 사주기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문경에서 대규모로 과수원을 운영하는 신범철(53) 씨는 요즘 사과(양광) 값이 폭락, 울상을 짓고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능금조합과 안동공판장 등에 사과를 내놨지만 낙찰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40%나 떨어진 가격표를 받았다. 신 씨는 "올해 사과 농사가 풍년으로 인해 생산량이 많아져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여기에다 최근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 잘 팔리지 않아 생산원가조차 건지기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상북도가 주산지인 감과 사과 등 과수가 올해 대풍을 만나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출하가격이 폭락한데다 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마저 위축, 농민들이 최악의 수확기를 맞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농업기술로 인해 농촌은 매년 대풍년을 맞고 있지만 오히려 가격이 폭락하면서 '풍년의 역설'이 농심(農心)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태풍이 오지 않아 낙과가 줄면서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더 많아졌다. 청도군에 따르면 청도반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상여건 호조와 농업기술까지 좋아져 평년보다 20%가량 생산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청도군은 전 직원이 감 사주기 운동에 돌입했다. 28일에는 50여 개 기관'단체장들을 모아 감 사주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과 주산지인 문경과 청송도 사과 생산량 급증에 따른 가격 폭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경북도에 따르면 문경 등지에서 재배하는 사과 '양광'의 경우, 10㎏ 한 박스에 지난해 4만2천여원 하던 것이 올해는 2만2천여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문경에서 양광을 재배하는 200여 농가는 공판장 대신 택배비까지 부담하면서도 직거래에 목을 매고 있다.

한 농민은 "생육기 내내 기후조건이 좋았고 낙과 피해가 없어 생산량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추석 때 출하한 양광이 소진돼야 하는데, 추석 소비가 많이 감소하면서 산지 대기물량이 급증했다"고 허탈해했다.

사과 '부사'의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는 청송도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대부분의 사과 농가에서 지난해보다 사과 수확량은 25~30% 늘어났지만, 사과 시세는 20~25%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

청송사과유통공사 김봉옥 팀장은 "요즘 청송 사과 농가에는 대부분 부사 품종을 수확하고 있는데, 담는 상자가 모자랄 정도로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값도 값이지만 농가는 오히려 넘치는 물량을 따내느라 지난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청도 노진규 기자 jgroh@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