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중심도시를 위한 대구의 도전이 시작됐다.
올 4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 물과 관련된 대구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킨 데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한국상하수도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물산업 도시로 나가기 위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에 권 시장은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세계 물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시카고로 날아가 세계 최대 물산업전시회인 WEFTEC(Water Environment Federation's Annual Technical Exhibition and Conference)에 참가하고, 전시회 주관기관인 세계물환경연맹(WEF)과 물산업 관련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권 시장은 시카고에서 곧바로 물산업클러스터 선진도시인 밀워키로 달려갔다. 밀워키시를 방문해 톰 배럿(Tom Barrett) 시장과 물산업클러스터와 물산업 R&D 중심 대학, 물기업 간의 상호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하는 등 밀워키를 대구 물산업의 롤모델로 점찍었다.
미국 방문을 계기로 물산업에 대한 권 시장의 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권 시장은 "앞으로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WEFTEC을 찾아 대구의 물산업 미래를 설계하고 앞선 산업과 기술을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권 시장이 시카고에 간 까닭은?
WEFTEC은 물 관련 기업 및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신제품 및 기술 홍보 전시회다. 1928년 처음 개최된 WEFTEC은 미국 50개주와 해외 85개국에서 전시회 및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물산업 해외 진출 비즈니스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가자 중 88%가 바이어이자 최후 결정권자일 정도로 구매력이 높은 전시회다.
이러한 전시회에 시장을 필두로 대구시 대표단이 찾아간 것은 선진 물산업의 현주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세계의 우수한 기술력과 물산업의 미래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한국, 대구 물 관련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 이 전시회의 경우 기업이 참가하고 싶어도 부스를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데다 부스를 차린다 해도 당장 효과를 거두기 힘든 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적인 물 관련 기업인 BKT 이정우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전시회에 7년째 참가하고 있다. 부스비 등 한 번 참가에 4천만~5천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이 선뜻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3~5년 정도 계속 참가해야 그제야 바이어들이 한 번 들러 물어볼 정도다. 그러나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대부분 실구매자여서 전시회 참여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이 시카고를 찾은 이유는 또 있다. 전시회 주관기관인 세계물환경연맹(WEF)의 애드 맥코믹(Ed McCormick) 회장 등과 만나 각종 협력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실제 권 시장은 유망기술 물기업 제품을 미국 상하수도시설에 도입하기 위해 평가'검증하는 시스템인 '혁신적 물산업 기술협력'(Leaders Innovation Forum for Technology'LIFT)에 내년부터 한국 물기업을 참여시키는 데 WEF가 지원하기로 하는 등 국내 물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활로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선 첫해인 내년엔 상하수도협회 회원기업 3, 4곳의 미국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권 시장은 "LIFT 프로그램에 한국기업이 참여하게 되면 미국 시장 진출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며 "미국 교류는 현재 대구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성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물산업의 롤모델, 밀워키
미국 위스콘신주의 밀워키시는 물산업의 도시다. 심지어 밀워키시의 도로 이름 하나도 '프레시 워터 웨이' '노스(사우스'이스트'웨스트) 워터 스트리트' '레이크' 등 물 관련 이름으로 돼 있을 정도다. 위스콘신주는 미국 내 급성장하는 물산업을 이끄는 300개 기업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기업 관련 고용 인원이 3만7천 명이나 된다. 특히 위스콘신주 물산업의 중심인 밀워키시는 글로벌 워터 허브로서 물 관련 기업이 집중돼 있고 폭넓은 분야의 첨단 물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밀워키시 도시권역엔 13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물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고, 미국에서 가장 큰 물 관련 기업 11개 중 5개 업체의 본사가 밀워키에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물산업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다. 밀워키는 북미 물기관 협력의 본거지이고, 담수 관련 세계 물정상회의도 열린다. 담수과학연구소도 밀워키가 물중심도시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담수과학연구소는 전 세계에 3개뿐이다. 밀워키시는 이러한 물기업 우수성을 인정받아 UN이 지정한 미국 2개 혁신도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물산업클러스터 성공 도시인 밀워키를 찾아 대구시가 물산업 협력에 관한 MOU를 맺은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권영진 시장은 톰 배럿 밀워키시장과 ▷물산업클러스터'R&D대학'물기업 간 상호 협력 지원 ▷대구국제물주간 및 밀워키 'Water Summit' 참석 정례화 ▷물관리 기술 이전 및 물자원 관리 전략 공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대구시와 밀워키시는 한국과 미국의 물산업 중심도시로서 자매도시 결연도 추진하기로 했다.
톰 배럿 밀워키시장은 "대구와의 상호협력 협약이 국제 물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대구시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가 직면한 물자원 관련 문제도 함께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협약으로 양 도시 간 물산업클러스터가 함께 발전하고 대구가 한국의 물중심도시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MOU 체결 후 밀워키 물산업 지원시설인 글로벌워터센터(Global Water Center'GWC) 등을 방문, 밀워키 물클러스터 운영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권 시장은 "밀워키의 경우 시와 위스콘신대 등 지역대학, 기관, 업체 등의 협업이 아주 잘돼 있는 것을 느꼈다"며 "축구장만 한 건물(글로벌워터센터)에 연구진, 기업인, 학자들이 와서 함께 연구하는 것을 보고 대구는 너무 뿔뿔이 흩어져 있고 협업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도 연구진, 기업인, 학자 등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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