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태국 방콕 짜투짝 주말시장의 사람 냄새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가게·상품 다양한 토·일요일 시장

구걸도 공정한 상행위로 받아들여

밀고 당기는 흥정에서는 미소 가득

사람 냄새 가득한 태국의 힘 보여줘

태국 방콕 외곽에 위치한 캄펭펫 로드에는 짜투짝 주말시장이 섭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개장되기 때문에 방콕시민들의 주말 놀이터가 됩니다. 각종 먹거리는 물론이고 의류에서 장식품, 애완동물에서 골동품까지 없는 게 없는 그야말로 '종합시장'입니다. 시장은 품목별로 30개 정도의 구역으로 나누어졌는데 구획이 잘 되어 있고 안내지도까지 비치되어 있어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가게 유형도 다양합니다. 처음부터 손님에게 얼마를 줄 것이냐고 묻는 흥정형 가게가 있는 반면, 정가를 붙여놓고 한 푼도 할인해주지 않는 깔끔형 가게도 있습니다. 결제 방식도 현대식 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춘 가게가 있는가 하면 영수증도 없이 현금거래만 가능한 가게도 있습니다. 시설도 가지각색입니다. 에어컨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얼려버리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선풍기조차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골라야 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파는 상품도 다양합니다. 물건을 파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재주를 파는 가게도 있고 땀을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모두가 뭔가를 열심히 팔고 사고 있습니다. 쇼핑에 지친 손님들을 위해 군데군데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팔고, 필수적으로 쉬어가는 마사지가게에서는 중년의 아낙들이 눈 파란 젊은이들에게 비지땀을 팔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거지그룹입니다. 유형별로 다양합니다. 어린아이의 애처로운 눈망울로 유혹하는 팀, 불편한 신체를 밑천 삼는 팀, 노래를 부르는 팀, 춤을 추는 팀, 악기를 공연하는 팀, 교복을 입은 학생그룹, 멀쩡하게 차려입고 뭔가를 호소하고 있는 연설팀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측은지심, 동정심을 팔고 있습니다. 짜투짝 시장에서는 빈곤도 장애도 모자람도 상품인 모양입니다. 풍요로움 속에서의 빈곤은 고객에게는 상대적 우월감과 자기만족 그리고 체면이라는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구걸이 공정한 상행위라는 것은 짜투짝에서 가장 성업 중인 직종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가 대세인 세상에서 먹고사는 방법이 다르다고 천시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시장의 전업거지들은 푼돈을 던지는 고객들보다 수입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들은 오히려 푼돈조차 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길지도 모릅니다.

짜투짝 시장에 진열된 물건 대부분은 중'하품 수준입니다. 마치 중국의 도매상 몇 개를 옮겨놓은 듯합니다. 그런데도 잘만 고르면 괜찮은 물건들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유입니다. 운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대국 태국의 사업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상중하의 물품들을 한 공간에 배치해서 쇼핑하는 이의 도박성을 만족시키도록 만들었습니다. 발품을 판 만큼, 눈썰미가 있는 만큼 좋은 물건을 값싸게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입장에서는 고급품을 원하는 이나 값싼 것을 원하는 이 모두가 평등한 손님입니다. 싼 것을 여러 개 사거나 비싼 것을 하나 사거나 지출 총액은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싼 것을 여러 개 사는 패턴의 고객이 소비를 더 즐긴다고 보면 방콕의 짜투짝 주말시장 전략은 유효합니다.

짜투짝 시장은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바로 비장의 무기 '미소'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눈인사가 편안합니다.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 살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는 매서운 눈초리가 아니라 따스함으로 맞습니다. 지갑을 가진 고객이 아니라 '반가운 손님'으로 맞습니다. 밀고 당기는 흥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거나 화내는 일이 없습니다. 엉뚱한 요청을 하거나 흥정이 깨어지더라도 미소 지을 뿐입니다. 그래서 짜투짝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것이 태국이 가진 힘이고 지혜입니다. 태국은 85세의 국왕이 통치할지 모르지만 짜투짝에서는 손님이 왕입니다. 수없이 오가는 탁발승들을 그냥 보내지 않는 마음이나 방콕 시내 룸피니 공원의 물고기가 오동통한 이유, 길거리 견공들이 살이 쪄서 뒤뚱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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