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주민투표 D-7 영덕 민심…"정부도 한수원도 못 미더워…반목·갈등은 막아야"

영덕군 영덕읍 오십천변 도로를 따라 원전 찬반 단체와 원전건설사 등이 수십 개의 원전
영덕군 영덕읍 오십천변 도로를 따라 원전 찬반 단체와 원전건설사 등이 수십 개의 원전'주민투표 찬반 불법 현수막을 걸어놨다. 김대호 기자
주민투표 관련 전단지-영덕군 일간지에 함께 들어오는 원전 찬반 전단지. 원전 찬성 측은
주민투표 관련 전단지-영덕군 일간지에 함께 들어오는 원전 찬반 전단지. 원전 찬성 측은 "주민투표장에 가지 마라"는 내용을, 원전 반대 측은 "주민투표 합법"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김대호 기자

주민투표를 일주일 앞둔 영덕에서는 현재 사람들이 모이는 곳곳마다 원전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민간 차원 주민투표의 투표율'안전성에서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제안한 10대 사업에 대한 평가, 영덕 자존심 등이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이다. 하지만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한수원이 아직 영덕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태를 자꾸 꼬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영덕의 민심을 들어봤다.

◇원전 반대 프리즘 네 부류

최근까지 원전 반대 측은 크게 두 부류로 분석됐었다. 근본적인 탈핵론자와 조건부 반대론자 정도였다. 하지만 영덕읍에서 만난 토박이 A씨는 원전 반대 측을 좀 더 세분화했다.

영덕 사정에 밝은 자영업자 A씨는 자신이 몇 달째 만나본 원전 반대 측 주민들을 네 부류로 분석했다.

첫째 부류는 '원전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론자'들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탈핵을 지향한다. 원전의 안전성과 지역발전론에 대해 신뢰가 거의 없다. 극단적인 경우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많이 나오더라도 반대운동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부류는 '영덕에 원전건설은 안 된다'는 부류이다. 수십 년 낙후 지역이지만 '원전 없이도 여태껏 잘 살아왔고 기존의 관광자원을 잘 살리고 SOC가 확충되면 잘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부류는 '원전이 온다면 보다 파격적인 지원과 군민 전체에 대한 고른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부 반대론자들이다. 영덕의 희생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약속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부류는 지난 지방선거의 앙금으로 현 이희진 군수와 지역구 강석호 의원의 친원전에 가까운 그동안의 행보(현재는 중립)에 대해 대척점에 선 사람들이다.

A씨는 하지만 "원전 찬성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원전 반대 여론의 기능적인 면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원전 반대 여론이 있음으로 인해서 원전의 안전성이나 원전지원문제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 반대 입장을 보인 영덕 주민들의 상당수도 향후 원전문제로 지역 내 극심한 반목과 갈등에 빠지는 상황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투표율은 글쎄'''

현재 정부나 한수원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 주민투표율이다. 지난해 10월 원전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 삼척의 경우 투표율이 68.8%에 원전반대가 84.97%로 집계됐다.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이니만큼 투표율이 높을수록 정부와 한수원의 영덕원전 추진 부담은 커진다.

원전 반대범군민연대(이하 범군민연대)가 공개한 영덕원전 찬반주민투표에 대한 가장 최근의 군민여론조사(본지 1일 자 6면 보도) 결과 영덕 주민의 71.9%가 "원전 주민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주민들이 모두 투표를 한다면 영덕의 유권자 3만5천 명 중 2만5천여 명이 최대 투표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민투표 서명을 받은 사람들은 1만5천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이 모두 투표하더라도 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40% 내외가 최대치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덕읍 상인 B씨는 "시장이 원전 반대로 당선된 삼척의 주민투표와 영덕은 사정이 다르다. 군수가 '주민투표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참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시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표장에 주민들이 쉽사리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까지 5차례 원전 관련 여론조사에서 원전 반대여론이 60% 내외로 계속 나왔지만 정작 지난달 24일 군민궐기대회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점도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나타내기를 극히 꺼리는 영덕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이다.

B씨는 "설사 주민투표율이 낮더라도 원전 반대 주민들의 의사를 잘 살펴야 한다. 섣불리 밀어붙인다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안전'원전발전론 못 미더워

원전의 안전성과 원전발전론은 원전 찬반 간 가장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원전에 찬성하는 건설업자 C씨는 "원전이 좋아서 유치하겠느냐. 정부가 하겠다고 한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기왕 들어올 것이라면 빠른 게 좋다. 영덕군이 현재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이 미래라는 주장도 있지만 세계적 관광지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다. 열악한 지방 재정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한수원의 제안이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원전지원금을 지렛대로 영덕발전의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원전에 반대하는 영해면 회사원 D씨는 "최근 산자부와 한수원이 영덕발전을 위한다며 발표한 10대 제안사업을 보면 허점투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원전온배수를 이용한 대규모 첨단 열복합단지 건설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한해 1천억원 매출과 4천 명 고용을 예상했는데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온배수로 시설원예'양식장'미세조류사업 등을 한다면 마케팅이 과연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데다 만에 하나 성공하더라도 고용의 질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며 10대 제안 사업을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영덕군 공무원 E씨는 양비론이다.

E씨는 "원전 찬반에 대해 갈수록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아진다. 원전 유치 신청을 하고도 5년이 지났다. 반대 측에 선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원전 반대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찬성에 가담한 일부는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부 역시 그동안 영덕원전에 대한 안전성'지원책을 제대로 고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10대 사업을 내놨는데 그마저도 급조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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