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선천성 쇄항·다지증 바비 군

필리핀 빈민촌 항문 없는 아이…마음의 문도 닫아

필리핀에서 온 바비 군이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필리핀에서 온 바비 군이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필리핀 빈민촌에서 석 달 전 한국으로 온 바비(13) 군. 바비는 항문이 없는 '쇄항'에다 한쪽 손가락이 6개인 다지증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생후 3일 만에 동네 큰 병원에서 체외로 변을 배출시키는 '결장루 수술'을 받았다. 배변 주머니를 수시로 교체하고 수술 부위를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바비는 어려운 형편으로 그러지 못했다. 손가락 수술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얼마 전 필리핀으로 선교를 떠난 지역 교인들이 아이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데려왔다.

◆늘 외톨이였던 아이

바비는 필리핀 안티폴로시티의 빈민가에서 삼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바비의 아버지는 평생을 목수로 일했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바비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남편과 세 자녀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도시로 떠났다.

바비는 가족 외에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없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교는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교인들이 바비를 발견할 당시 현지 또래보다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다고 한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필리핀어로 제대로 된 의사표현도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인 나이이지만 의사표현, 성장 수준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었어요. 경제적 여건이 안 돼 학교를 못 다닌 것도 있지만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자신의 처지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산 거에요."

바비는 커가면서 자신의 몸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상의 밖으로 커다란 배변 통을 달고 다니는 게 부끄러워 스스로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의료용 배변 주머니를 쓰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항문이 없는 결장루 환자는 깨끗한 배변 주머니를 수술 부위에 부착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비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통, 검정 비닐봉지 등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이라면 주워와 배변 주머니로 썼다. 한 장에 수천~수만원에 이르는 배변 주머니가 아이의 가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지 않아 바비의 옷이나 몸에는 늘 변이 묻었다. 변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결장루 부위에는 매일 변이 흘러내려 곪거나 피부가 벗겨지기 일쑤였다.

"아이의 아버지가 치료를 일찍부터 포기하고 있었어요. 수술비 마련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리핀 의료수준으로는 아무리 큰 병원을 가도 인공 항문을 만드는 수술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수술은 마쳤지만'''

바비를 보자마자 현지 선교사와 이곳 교인들은 곧바로 출생신고를 하고 여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비를 대구의 큰 병원으로 데려왔다. 최근 바비는 손가락 수술, 장루 복원술, 항문 성형술 등 총 세 차례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배변 주머니를 뗀 바비는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문제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수술비와 치료비다. 외국인이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지금까지 총 4천만원이 넘는 수술비와 입원비가 나왔다.

바비는 수술로 항문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회복 상황을 더 지켜보고 나서 추가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장이 평생 기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 죽 등을 먹으며 소화 기관으로 제대로 자리 잡는지 천천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 중 교회에서 힘을 합쳐 모은 돈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아 추가 치료를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조금이라도 병원비를 아끼고자 교인들이 돌아가며 바비의 곁을 밤새 지키고 있다.

"저희가 이곳으로 데려오지 않았으면 평생 수술은 꿈도 못 꾸고 불결한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녔을 아이입니다. 평생 어두운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어렵게 자란 아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세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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