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한 친구가 "우리 외사촌이 결혼을 하는데 동남아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난리가 났어!"라는 말을 꺼내자 그날 이야기의 주제는 다문화가정이 돼 버렸다.
다문화가정에 대해서 각자 의견들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한마디씩 각자의 의견과 경험담을 쏟아 내었다. 이제 더 이상 다문화가정은 이 시대의 특별한 이슈가 아닌 것이다. 대화의 흐름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처음에는 연민과 순수함으로 보였던 모든 것들이 매스컴과 소문, 각종 사건과 사고들을 보면서 싫어졌다는 어느 정도는 실제로 경험한 듯한 주관적 의견들도 있었다. 또 "미국은 다문화가정의 대표적인 국가가 아니냐?"고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사회의 작은 구성원에서 조금씩 큰 구성원으로 다가오는 다문화가정, 처음 우리가 접한 다문화가정의 소식은 시골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었다. 모두들 도시로 떠났지만 그래도 고향을 지키겠다며 고향에 남아 있던 청년들은 배필을 못 찾아 발을 동동 굴렀다.
요즘 시골장에 가면 상인들과 반찬값 흥정을 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외국인 며느리들이 요즘에는 대구 도심에서도 자주 보인다. 중앙로 지하상가, 대구역 앞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밝은 미소로 다운타운을 오간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현대 결혼문화를 논할 생각은 없다. 이제는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행정자치부가 7월 발표한 '2015년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74만1천919명(2015년 1월 1일 현재)이나 된다.
외국인 주민은 국내에 90일 넘게 거주하는 외국 국적자, 한국 국적 취득자와 그 자녀들이다. 이 중 약 80만 명이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는 우리나라로 일자리를 구하러 온 취업 이민자들이다. 다문화가정의 80만 명이 2020년에는 1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 통계도 있다. 그들은 앞으로 정치적인 지형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세계 가치관 조사협회가 2010~201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이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저출산율 국가인데, 다문화가정까지 배척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한데도 그렇다. 우리의 현주소다. 이제 그만 단일민족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 또한 우리 이웃, 우리 가족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문화 가족들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은 어느 정도 영위하기에 이르렀으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우리와 격차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들 다문화 가족이 우리와 사회적, 문화적 정서를 함께 나누며 동화되도록 하는 것이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숙제이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종 기관 단체들이 함께 법과 제도 등을 통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시민들도 마음을 더욱 열어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인이 모여 다양한 상식들을 새로운 상식으로 만들어 가며 발전을 거듭했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미국의 힘이다. 우리도 더 다양하고 풍성해져야 한다. 세계인들을 우리의 가족으로, 이웃으로 만들고 받아들여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보다는 따뜻한 곳에서 온 그들을 따뜻한 눈으로, 손으로 바라보고 잡아주어야 한다. 선진국이란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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