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몰하는 호텔, 끝까지 지키고 싶다"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의 눈물

"돈을 구하지 못하면 한강에 투신이라도 하겠다. 지역 경제와 가족,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단연코 경제를 선택하겠다."

목소리는 단호했다. 인터불고그룹 창업주인 권영호 회장은 끝까지 침몰하는 호텔을 지키는 선장이기를 자처했다. 배가 가라앉는다면 함께 수장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음성인데도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이 그려졌다. 권 회장은 호텔인터불고 대구를 정상화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구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일 오후 호텔을 바르미샤브칼국수에 넘겨줬지만 아직 인수 작업이 끝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대규모 자본을 수혈하면 인터불고호텔 인수는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바르미 서기수 회장이 통 큰 결정을 한 것이다"고 했다.

현재 자금 조달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수일 내로 3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순 이후 2조원의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인터불고호텔과 골프장 등 그룹 전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행 등 금융권 3개사가 지난주 인터불고그룹에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자본이 이달 안으로 들어오면 인터불고호텔 대구와 엑스코, 그리고 골프장 등에 대해 우리가 지분 15%, 나머지(85%)를 중국 자본이 하는 걸로 구체적 협의를 끝냈다"고 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계획은 대규모 한방 관련 시설. 호텔인터불고와 합작으로 호텔 구관과 인터불고 경산 골프장, 대구한의대 등에 대규모 한방 관련 시설을 조성해 동양 한의학 메카로 만든다는 것. 합작 투자가 성사되면 호텔인터불고는 사업 관련 인사와 영업 등을 맡고, 중국은 자본투자와 향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담당한다.

권 회장은 "아프리카에서 발에 굵은 가시가 박히고 발톱이 빠져가면서 일군 기업이고, 고향인 대구 경제를 생각해 호텔과 골프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지역 경제와 가족을 택하라면 일백 번을 물어도 내게는 지역 경제가 우선"이라고 했다.

경북 울진 출신의 권 전 회장은 폐선 한 척을 밑천 삼아 세운 어업 업체를 국내 3대 메이저 원양어업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로 유명한 기업인이다. 현재 수산'냉동(㈜인터불고), 골프(인터불고 경산CC), 건설(인터불고건설), 무역'유통(인터불고 동영), 스포츠마케팅(IB월드와이드), 엔터테인먼트(인터불고기획) 등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호텔을 인수한 서기수 회장 측은 "2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온다면 바르미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수협상을 담당한 강병규 회계사는 "권영호 회장은 지역 경제의 큰 어른이고 지역을 위해서 누구보다 애쓴 점을 잘 알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된다면 큰 틀에서 언제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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