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서 농성에 들어가는 동시에 본회의와 해양수산부장관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3일 예정됐던 정기국회의 모든 의사 일정도 전면 거부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물론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가 또다시 정쟁의 볼모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회를 중단하고 국회를 피하는 것이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으로 생각해도 이번에는 용서해달라"고 했지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야당이 국정화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반대의 방식이다. 국정화는 내년 예산안이나 민생 법안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투쟁의 과녁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국정화 반대가 가장 시급한 사안이겠지만, 나라와 국민에겐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그에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다.
새정치연합의 국정화 반대는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도 공허하다. 새정치연합의 주장처럼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인지 아닌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고 했지만 아직은 '똥'도 없고 '된장'도 없다. 똥내가 날지 된장 냄새가 날지는 앞으로 집필진이나 편찬 중간 과정이 공개되면 드러날 것이다. 더러운 냄새가 난다면, 그 냄새가 퍼지기 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 파괴력은 국정화 철회 수준이 되겠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유동적이다.
새정치연합의 국정화 반대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오직 교과서에 집중해야 한다. 현행 검인정교과서가 좌 편향이란 정부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는 목소리만 높아질 뿐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회 일정 보이콧은 국정화 반대 결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로 그쳐야 한다. 국정화 반대는 그것대로 논리를 보강해 밀고 나가되 국회 일정은 그것대로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새정치연합이 그렇게도 중시하는 '민생'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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