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대구 국회의원을 위한 변론

국회에서는 선수(選數)가 많아야 대접을 받는다. 국회 밖에서 무슨 일을 하다 들어왔든, 얼마나 잘 나갔든 선수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국회의 꽃이라는 상임위원장은 3선은 돼야 맡을 수 있다. 상임위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사도 재선이 맡는 것이 불문율이다. 주요 정당의 정책과 원내 활동을 지휘하는 정책위의장이나 원내대표 역시 3선 이상이다. 국회의장단에 들어가려면 4선은 넘어야 한다. 장관은 초선도 될 수 있지만 간사나 위원장은 초선이 될 수 없다. 장군도 재벌기업 회장도 대학 총장도 어느 누구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달면 그냥 '초선'이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관료로 승승장구, 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고 서울시장까지 지낸 한 인사는 정치 입문 당시 실세 다선 의원들과 동년배로 친구처럼 지냈다. 하지만 그는 초선, 재선 때는 당직과 국회직 인선에서 늘 밀려나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국회라서 어쩔 수 없었다. 1980년대 군부의 핵심 실세로 대통령의 측근으로 역시 장관 두 번, 서울시장에다 정보기관의 장까지 지낸 한 인사는 국회에서는 재선만 하는 바람에 선수에서 밀려 상임위원장 자리에는 앉지 못했다. 명성과 선수의 차이가 항상 그를 괴롭혔다. 국회 돌아가는 법도가 이러니 초선의원은 맥을 못 춘다.

대구 국회의원들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부산과 비교할 때 더 그렇다. 같은 새누리당의 텃밭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임명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함께 받지만 대구 의원들이 더 뒤처진다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19대 총선에서 대구 지역 12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초선은 7명이나 됐다. 무려 58.3%의 교체율이다. 18대 국회의 교체율이 20%가 안 됐던 것도 19대의 교체율을 높인 원인이었지만 60% 가까운 교체율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그 결과 12명의 선수를 합하면 22선으로 평균 1.83선에 그쳤다. 반면 부산은 18명 가운데 초선이 7명으로 38.9%였다. 18명의 선수를 합하면 38선이나 돼 평균 선수는 2.11선이었다. 초선급의 대구와 달리 부산은 상임위 간사는 할 수 있는 재선급이다.

그렇다면, 선수만큼 중요하다는 쪽수(頭數)에서는 어떤가? 물어보나 마나 인구가 적으니 12대 18로 밀린다. 선수와 쪽수에서 밀리면 국회의원 개개인의 끗발에서라도 밀리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선수나 쪽수보다 더 밀린다. 부산에는 현역 집권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 전현직 장관들이 버티고 있지만 대구에는 전직 여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만 있다. 재선의 원내수석부대표가 그나마 대구의 체면을 지켜주고 있는 정도일 뿐이다. 대구는 사실상(4선이 1명 있지만 불출마를 선언) 최다선이 3선으로 3명이지만 부산은 5선이 둘이고 3선이 3명이다. 대구에는 한 명뿐인 재선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구 의원들이 존재감이 없다고 국회의원 탓만 한다. 물빛도 모르는 초선들더러 다선들이 득실거리는 국회에 가서 왜 큰일을 못 하느냐고 다그쳐봐야 우물에서 숭늉 찾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남부권 신공항 문제에 정치권의 개입을 사양한다고 했다. 정치 분야에서 대구와 부산의 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결정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대구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청와대발 물갈이설에서 자유로운 이는 한둘뿐이라는 이야기가 숙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20대 국회에서도 19대처럼 초선이 절반을 넘길지 모른다.

지금 국회의원들을 그대로 다 다시 뽑자는 건 아니다. 옥석을 가리는 눈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밉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모두 다 바꾸자고 해놓고, 힘없다고 다시 또 다 바꾸고 그런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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