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바람개비 천국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따라 영양, 영덕을 비롯해 청송, 군위, 의성 등지로 풍력발전단지를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경북이 차지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최근 세계풍력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의 투자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995억달러로, 2013년 대비 11%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람의 나라, 영양
영양군은 '바람의 나라'를 꿈꾸고 있다.
영양은 현재 풍력 1차 단지 발전이 운영 중이며, 올해 말까지 두 번째 풍력단지가 완공된다. 영양은 앞으로 나머지 계획 중인 풍력단지의 법적 승인 절차 등이 끝나면 100기 이상의 바람개비를 돌려 전국 최대의 풍력단지를 조성할 부푼 희망을 안고 있다.
영양은 자신들의 열악한 자연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영양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람이 거센 지리적 특성을 오히려 육상풍력발전이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해답을 찾은 것. 영양은 산지마다 편서풍이 잦고, 바람의 횟수와 강도가 세 풍력발전에 최적 환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최소 1천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자하는데도 영양에서 풍력발전을 하려고 5개 사업체가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일 찾은 낙동정맥의 가운데 위치한 영양군 맹동산(해발 792m)에는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이날 각 봉우리의 정상에 길게 늘어선 바람개비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길이 82m, 무게 6t에 달하는 육중한 블레이드(날개)가 '싱싱' 소리를 내며 바람을 탔다. 풍속 3.5m가 넘으면 바람개비는 자동으로 돌아가는데 지금이 한창 바람이 좋아 바람개비가 쉬질 않는다고 했다.
영양 풍력 1차 단지는 지난 2007년 2월 스페인 풍력발전사인 ㈜악시오나가 지식경제부로부터 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그해 11월에 착공해 2009년 12월까지 총 사업비 1천800억원을 투입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현재 ㈜악시오나가 100% 투자한 ㈜영양풍력발전공사가 사업을 맡아 발전하고 있다. 풍력 1차 단지에는 1.5㎿ 용량의 풍력발전기 41기가 설치돼 있다.
영양군에 따르면 풍력 1차 단지는 연간 35%의 이용률로 187GWh의 발전용량을 낸다. 이 발전용량은 영양군 8천700여 모든 가구가 6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과 맞먹는다. 풍력 1차 단지에서 지난해까지 10억5천100만원의 지방세를 냈다. 영양군 연간 지방세가 지난해 기준 33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풍력단지가 세수 확보에도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양에는 풍력 1차 단지 옆에 2차 단지가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GS영양풍력발전은 사업비 1천억원을 투입해 현재 1기당 3.3㎿ 용량의 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하고 있다. GS 측은 2024년까지 6천억원을 투입해 90기 이상 풍력발전기를 영양에 세울 예정이다. 현재 GS는 세부 계획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영양군과 경상북도 등과 협의하고 있다.
영양군 관계자는 "풍력단지 내에 펜션과 트레킹 코스 등 관광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에너지와 관광이 접목된 영덕
영덕풍력발전단지는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은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해맞이공원 언덕 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건설돼 있다. 친환경에너지와 관광이 잘 접목된 자원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는 높이 약 80m의 흰색 발전기들이 연방 웅장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이채로운 풍경이 연출돼 이젠 영덕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찾게 되는 명소가 됐다.
지난 2004년 16만6천117㎡ 부지에 사업비 675억원을 들여 착공, 2005년 3월부터 본격적인 전기 생산에 들어갔다. 총 시설용량은 39.6㎿로, 1천650㎾급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돼 있다. 이 밖에 변전소 1동, 송전선로,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발전량은 연간 9만6천680㎿h로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풍력발전단지 일대는 1990년대 산불로 임야가 상당 부분 소실된 곳이었다. 영덕군은 당시 해당 부지 활용 방안을 고민해 오던 차에 당시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풍력발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시사철 강력한 해풍과 육풍이 부는 곳이라 풍력발전에는 다시 없는 자리였다.
영덕군은 지난 2000년부터 1년여간 경북도와 함께 풍력발전 가능성에 대한 현장 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벌여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군은 2002년에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유니슨산업㈜과 양해각서 체결과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신청, 영덕풍력발전주식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영덕군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가 강구항 대게거리, 축산면 대게원조마을, 영해 괴시리 전통마을 등 다양한 주변 관광지들과 연계해 관광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군은 해당 부지의 군유지 임대로 연간 1천만원의 세수 증대와 발전소 주변 지원금으로 연간 3천만원의 세외 수익을 각각 올리고 있다.
◆청송과 군위'의성으로 부는 바람개비
청송 면봉산에도 조만간 바람개비가 돌아갈 예정이다.
㈜청송면봉산풍력은 지난 2010년 10월 회사를 설립하고, 2012년 청송군과 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절차를 밟았다. ㈜청송면봉산풍력은 대부분의 사업 허가를 모두 마친 상태로 올해 중에 착공할 예정이다. ㈜청송면봉산풍력은 사업비 756억원을 투입해 1기당 2.7㎿ 용량의 풍력발전기 10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청송군은 풍력단지 조성에 지역 건설사와 지역민 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예정이다. 군은 조성 단계부터 사업 주체에 지역민과 함께하는 풍력단지를 조성하자고 제안했고, 사업주도 군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청송면봉산풍력 관계자는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인근 성덕댐과 양수발전소 등과 더불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주제로 관광자원화 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며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구상해 실행하겠다"고 했다.
군위'의성에도 3천6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북도는 최근 도청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함윤성 SK D&D㈜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SK D&D㈜ 풍력발전단지 조성'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 D&D㈜는 SK그룹 내 신재생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이번에 군위'의성에 조성되는 풍력발전단지는 모두 120㎿ 규모(총 40기)다. 연간 최대 6만여 가구가 사용할 전력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경북도는 설명했다.
이번 풍력발전단지는 SK건설이 시공하고 SK가스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발전소 개발에서부터 운영까지 일원화한 시스템이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 인'허가 절차와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는 내년 말쯤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0년에는 40기의 풍력발전기가 모두 정상 가동될 것으로 도는 예상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도내 내륙 최초 2개 자치단체 풍력단지 조성사업은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는 경북도의 에너지 클러스터 범위가 동해안을 넘어 경북 내륙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풍력발전 홍보관 견학과 자치단체 홍보 및 지역 인재 우대 채용, 지역사회 환원사업으로 주민소득 증대 기여는 물론 대규모 투자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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