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년 전에 아내와 사별한 70세 남성입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5년 전에 거의 정리를 하고, 지금은 친구들과 등산도 하고 모임에도 나가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사별 후 저는 딸의 집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여 딸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3개월 전에 친구의 소개로 저보다 열 살 연하의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제하는 여성도 남편과 사별하여 홀로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10년을 넘게 홀로 살아왔고, 아들은 미혼이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여성은 나이도 적당하고 얼굴도 괜찮은 편이고 서로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여 맘에 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여성분은 결혼까지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결혼을 하게 되면 혼인신고도 해야 해서 머리가 복잡한데 제 아들이 반대를 해서 더 걱정입니다. 딸은 아버지 혼자 적적하시니 좋은 분 만나면 결혼을 해도 찬성이라고 하는데, 아들은 여성의 아들이 직업이 없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교제만 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조금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홀로 적적하게 지내는 아버지에게 재혼을 권유는 못할망정 대놓고 반대를 하니 말을 꺼내기도 힘듭니다. 주변에서는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권하기도 하지만 동거를 하는 것이 주변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 됩니다. 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와 함께 결혼을 해야 할 지 아니면 아들 말처럼 지금처럼 교제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아내와 사별 후 적적하게 지내오시다가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셨네요. 아내와는 사별을 했지만 새롭게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신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결혼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고 특히 아버지의 적적함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재혼을 지지해 주어야 할 아들이 재혼보다는 교제만을 원하니 재혼이 망설여지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서운한 마음까지 드시는군요.
노년에 만난 사랑과 황혼 재혼을 하는 것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는 점도 아셔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부부, 자녀와의 재산 분할, 그 외에도 재혼과 동시에 거미줄처럼 얽혀버리는 가족관계, 그 외의 이해관계가 얽혀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담자의 아들 또한 이러한 이유들로 아버지의 재혼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녀들의 이러한 입장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상기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자녀들의 염려되는 마음을 알아주는 아량도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재혼을 아버지의 적적한 마음을 달래는 것만으로 생각한다면 내담자의 자제분도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했겠지요.
황혼 재혼을 계획하고 계신 내담자분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동거나 재혼(혼인신고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함)을 결정짓기에는 상대 여성과의 교제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보통 황혼에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면 서두르는 경향이 확연합니다. '시간이 많이 없다, 우린 왜 이렇게 늦게 만났지'라는 생각과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주변은 돌아보지 않고 상대의 가치관이나 진심을 헤아릴 시간도 없이 재혼이나 동거를 결정하여 실패하는 사례들을 많이 봅니다.
3개월이라는 교제기간은 삶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가치관과 성격, 주변의 환경들을 파악하고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내어 동거나 재혼을 결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천둥처럼 찾아오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젊은 시절의 한 번으로 족합니다. 나이가 들어 하는 사랑과 결혼은 더욱 사려 깊은 고뇌와 결단이 필요하며, 그런 과정들을 거쳤을 때 비로소 가족들의 진심어린 축하와 동의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 자제분이 아버지의 재혼을 반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상대 여성 자녀의 무직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황혼 재혼 희망자들의 결혼조건에 상대 자녀의 직업이나 나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 쪽 자녀의 직업이나 나이가 혼인성사를 결정하는 조건이 된다니, 남성의 경우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며 이후에 가족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보입니다.
셋째, 일반적 황혼 재혼의 경우 자녀들의 반대 여부를 떠나 재혼 전에 본인 스스로 정리해야하고, 그중에 특히 매듭지어야 할 부분들이 재산 문제와 가족 관계입니다. 황혼 재혼에 따른 갈등은 재산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없는 데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자식도 재혼할 배우자 이상으로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 권한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자녀들을 노여워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재혼 전에 재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미리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장을 작성해서 공증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내담자분은 자녀들에게 물려 줄 재산을 상당히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 관계에 대한 정리도 필요합니다. 황혼 재혼은 각기 가정을 꾸리는 자녀들에게 공감대도 친밀감도 없는 한 노인이 등장하는 부담스러운 사건입니다. 아버지를 대신 부양해주거나 적적함을 달래주는 고마운 분이라는 인식을 할 것이라는 것은 욕심일 가능성이 높지요. 행여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질 새어머니에 대한 부양의 의무 또한 자녀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가족들과 재혼 상대자와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재산 문제와 가족 관계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재혼 당사자들에게는 성공적인 노후, 가족 모두에게는 평화의 안전장치가 되어 줄 것입니다.
위의 전제들이 가족들 사이에 모두 충족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내담자분은 재혼 상대자와 조건없는 사랑으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여생 동안 삶의 애환을 함께하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재혼에 성공하셔서 고귀한 사랑과 무한 신뢰가 행복의 근원이 되어 황혼이 더욱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