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쯤 행복할까!
귀여운 투덜이 내 딸 허빈!
어느 부모가 자식이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을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자신의 생명까지도 망설이지 않고 내 줄 수 있는 사람이 부모 아닌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기적과 초능력을 발휘하는 부모들의 자식 사랑을 종종 본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전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시시때때로 불평하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나는 왜 얼굴이 사각형이야, 동글하면 좋겠는데, 나 턱 수술해주세요, 눈은 왜 이렇게 작아, 눈을 크게 해야 얼굴 균형이 맞을 것 같은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작아 큰 집으로 이사 가요. 하나부터 열까지 불만사항을 늘어놓는다.
이제 생의 반환점을 돌아 뒤돌아보니 지나온 행복의 순간들이 하나 둘 보인다. 그런데 그 행복을 그때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 아쉽고 안타깝다. 행복은 바로 내 옆에 늘 가까이 있었던 것을. 옆에 있는 행복을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잡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며 언제쯤 행복이 올 것인가? 늘 멀리만 바라보며 기다리며 살았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땐 기쁘고 행복하다 어느 순간부터 걱정과 행복을 좇고 있었다. 갓난아기 때는 빨리 자라서 혼자 뛰놀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 되었을 땐 공부를 좀 더 잘하면 좋을 텐데, 중학생이 되었을 땐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놈이 고등학생이 되면 철들겠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저놈이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진로선택을 해야 할 텐데. 늘 채워지지 않는 믿음과 기다림으로 보내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는데 또다시 졸업하면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찾아 행복한 사회 출발을 할 수 있어야 될 텐데. 늘 걱정하며, 마음 편히 응원하지 못했다. 그 자체가 행복인 것을.
지금은 행복이 보인다. 화려하지 않고 작은 것들이지만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수목원에 국화 전시회, 난초 전시회도 가고 도동서원에 갔을 땐 마을에 가서 집 마당에 놀고 있는 닭들을 보며 사진도 찍고 신문에 소개도 하며 즐겁고 재미있었던 날들이 많았다. 신문에 우리 가족 이야기가 실렸을 땐 얼마나 즐거웠던가? 나는 예능에 재능이 없는지 그림도 잘 그리지 못하고 음악은 더욱 문외한이라 계이름도 알지 못하는데 유치원에 들어간 빈은 그림도 잘 그렸고 피아노도 잘 쳤다. 내가 못하는 분야라서 그런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나 또한 만들고 조립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곧잘 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아버지인 나보다 공부도 훨씬 잘했는데 그때는 그런 것들과 비례하여 기대치도 올라가며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신명나게 꿈을 키워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런 행복의 순간들은 금세 지나고 늘 부족함에 목말라 했나 보다.
재작년 큰 병으로 장애인이 되었을 땐 세상살이가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지. 세상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게 이런 고통이 오는 걸까? 지금은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세상에는 언제나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사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 그 빛이 아무리 찬란하다고 해서 어두운 면까지 모두 덮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에 시각장애인이 되어 앞을 볼 수 없다면, 손이 없어 행동할 수 없다면 삶이 얼마나 핍박할까? 2015년 5월 26일 부산 비욘드개러지에서 '2015세계 예술교육주간' 개막공연에 시각장애 할머니가 단소 연주를 하여 큰 박수를 받았는데 이렇게 말했답니다. "시력을 잃고 집안에만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았어요. 모든 것이 싫고 무의미하였는데 음악을 한다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시력을 잃었지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즐겁고 신나는 일들도 많았는데 늘 지금 그 순간에는 그 행복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으며 건강하고, 나 또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장미꽃을 보며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산책할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으며 같이 갈 수 있는 아내가 있으니 행복은 바로 이 순간 내 옆에 있음을. 투덜이 허빈아! 아버지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허이주(대구 달서구 성지로)
※우리가족 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어머니(아버지), 기행문, 추억의 사진, 독후감, 나의 글솜씨(수필·시·시조·일기 등)를 보내 주세요.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