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를 계기로 당시 전국에 국채를 갚기 위한 여성 조직이 수십 개 만들어졌어요. 그분들의 이름을 108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밝혀낸 것은 다행입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이름을 밝혀내기가 녹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시엔 모든 기록이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들의 이름은 족보는커녕 당시 발행된 신문에서조차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에 참가했던 여성들의 이름을 찾기 위해 취지문에 4명이나 등장하는 달성 서씨 족보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발견해나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씨 안에서도 여러 개의 파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달성 서씨 학유공파에서 이름을 발견해 냈다.
두 명의 연일 정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족보도서관까지 샅샅이 뒤졌다. 서울, 부산, 포항 등을 수소문한 끝에 겨우 두 명의 연일 정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족보를 찾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족보에는 여성의 이름은 없기 때문. 이번에는 직계 후손을 만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직계 후손을 통해서만이 제적등본을 확인할 수 있고, 조상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연일 정씨 감무공파 족보에 나온 주소의 산소를 찾아간 겁니다. 마침 추석 전이라, 후손들이 성묘를 오겠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연락처를 남기고 왔거든요. 다행히 성묘를 온 후손이 연락을 주셔서 서채봉 여사의 직계 후손을 만날 수 있었죠."
어렵사리 후손들을 연락하고, 또 후손이 있는 서울을 몇 번이나 찾아가 여성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108년 전, 나라를 위해 은반지를 빼고 은장도를 의연했던 여성들을 위한 후배들의 정성이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아 묻혀버린 여성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여성들을 흔적을 찾아내 역사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몫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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