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인신공격은 중단해야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었다. 정부가 대표 집필진으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발표하자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최 교수는 당초 예정됐던 국사편찬위원회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쪽 주장의 핵심은 국정교과서가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집필진을 모욕하고 겁박하는 것부터가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번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20여 고교가 반대쪽의 무차별 공격으로 결국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전국 2천300여 개 고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3곳뿐이었다. 당시 벌써 역사 교육의 다양성은 훼손됐고, 오늘날 국정교과서 논란을 불러오는 빌미를 제공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구상하는 집필진은 약 36명이다. 원로학자인 대표 집필자는 초빙 형식으로, 다른 집필진은 공모와 초빙 형식으로 모집한다. 집필진은 아직 구성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공개된 집필진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면 소신 있는 학자들조차 집필을 주저하게 된다. 아예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고사하는 학자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일부 학자들은 뭇매를 맞을 상황에서 어떤 학자가 함부로 나설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젓고 있다. 정부가 애초 집필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교과서를 만들어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집필진에 대한 의견 개진 이상의 과도한 비난은 중단해야 한다. 정부 역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이왕 국정교과서를 만들기로 한 이상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시간을 더 갖더라도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이름을 소신껏 드러낼 수 있는 학자를 찾아 집필을 맡겨야 한다. 소신을 갖고 집필을 선언한 학자가 비이성적 여론에 난도질을 당하고, 그 여론에 밀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밀실 제작 비난을 자초하는 하책 중 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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