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의 주역임에도 남성 중심의 사회 분위기 탓에 참가자 이름조차 드러나지 않은 채 잊힌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실체가 마침내 햇빛을 보게 됐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4일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나섰던 '남일동 7부인회' 주역의 명단을 추적 끝에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대구여성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의 재조명과 연구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서채봉, 정경주,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등 남일동 7부인회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자 1907년 2월 취지문을 발표하고 은반지'은장도와 같은 패물을 내놓는 등 운동에 적극 동참한 주인공이다. 전국 최초로 대구 여성들이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팔을 걷어붙인 사실과 조직적인 활동은 우리나라 근대 여성운동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동안 참가자 명단을 밝혀내지 못해 제대로 된 재조명조차 하지 못하고 근대 여성의 사회 활동 흔적을 100년 넘게 묵혀둔 것은 지역사회가 갚아야 할 큰 부채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7부인회 활동은 초기 국채보상운동의 추진력을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늦었지만 당시의 단편 기록과 족보 등을 추적하고 후손을 일일이 만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중심 여성들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다.
당시 나랏빚을 갚자는 취지로 전국에서 결성된 여성 조직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7부인회의 사례에서 보듯 대다수의 여성 활동상이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당시 여성운동의 흔적을 온전히 되찾아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마땅히 후손된 도리다. 7부인회 중 아직 밝혀지지 않은 '김수원의 처 배씨'의 흔적도 남은 과제 중 하나다.
특히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을 만큼 값진 기록이다. 묻혔거나 흩어진 기록을 모두 발굴해 운동의 정확한 전모를 밝히고 체계화하는데 시민, 지역 사회단체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야말로 국가 발전에 헌신한 선각자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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