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품 무료로 드려요" 공짜에 솔깃, 주소 줬더니 "돈 내"

진화하는 불법 텔레마케팅

주부 박모(52) 씨는 최근 한 화장품회사 텔레마케터로부터 "15일치 화장품 샘플을 사용해보고 입소문만 내주면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무료라는 말에 자신의 주소를 불러주고 샘플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온 택배에는 일회용 화장품 외에 큰 용량의 영양크림도 함께 동봉돼 있었다. 박 씨는 반품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무작정 영양크림(30만원) 요금 청구서를 보냈다. 박 씨는 "지속적으로 항의한 끝에 배송료를 부담하는 조건에서 반품은 했다. 하지만 한 지인은 영양크림 통을 뜯었다가 회사 측에서 '사용한 물건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30만원을 물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짜로 상품을 주겠다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불법 텔레마케팅 수법이 점차 교묘해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불법 텔레마케팅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대구지원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전화권유판매로 피해를 입고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을 받은 건수는 2012년 1천700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천282건으로 1.34배 증가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까지 총 1천479건의 상담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 A씨는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고 화장품 회사에서 샘플을 받았는데 같이 배송된 본 제품이 망가져 있어 반품을 못했다. A씨는 화장품 회사에 반품을 요청했지만 회사에서는 "망가진 물건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40만원에 달하는 영양크림 가격을 배상해야만 했다.

억지로 배송한 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채권추심을 보내거나 협박하는 예도 있다. 한 소비자는 "본 제품이 요금 청구서와 함께 왔는데 돈을 내지 않자 얼마 뒤 채권추심이 집으로 날아들었다"며 "40만원짜리를 20만원에 할인해서 팔려고 했는데 기간이 지나 40만원을 내라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불법 텔레마케팅의 '단골 아이템'인 콘도 회원권 역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전화상으로 "무료 콘도회원권에 당첨됐으니 관리비만 내면 회원권을 소유할 수 있다"고 속여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챙겼지만 최근에는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면 "업체가 다른 업체에 인수돼 새로운 회원권을 계약해야 해지해주겠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다.

박향연 한국소비자원 대구지원 조정관은 "텔레마케터들의 목적은 전화로 집 주소를 알아내 무작정 상품을 보내는 것이므로 공짜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말에 현혹돼 집 주소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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