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됩니다. 특히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누구나 이 말에 대해 인정하면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기도 하지요.
오래전 종무실에 모여 앉은 보살님들이 하도 깔깔거리며 시청하기에 무슨 방송인가 하여 고개를 디밀어보니 젊은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지난날에 대해 복수하는 내용의 방송 프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인과응보'라는 코너라더군요. 종무실 소임자와 봉사하시는 분들이 40대 이상이다 보니 그 프로가 아주 재미있게 다가왔나 봅니다.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 중에서 한두 번쯤은 겪었을 내용이라 무릎을 치면서 그토록 웃어댔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속으로 '인과응보가 있으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코너도 만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인과응보는 '원인(原因)과 결과(結果)는 서로 물고 물린다는 뜻으로, 보편적으로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르는 것'이며, 사필귀정은 '처음에는 시비(是非) 곡직(曲直)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감'이란 뜻입니다.
가끔 인과응보라는 것을 잘못 받아들여서 자신이 받은 것은 그대로 남에게 되돌려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과응보라는 구실로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이지요?
이런 영화가 있었습니다. '비밀'이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국도에 버려두고 간 약혼녀가 택시기사에 의해 살해되고, 약혼녀를 죽인 살인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살인범의 어린 딸이 실수로 형사의 다리를 쏘았으며, 형사는 살인범인 아이의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다 살인범의 아내를 쏘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이가 이 사건을 목격했지만 사건은 살인범을 검거하는 것으로 종료되고 아이의 엄마는 현장에서 죽고 아빠는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고아가 된 아이를 형사가 데려다 기르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이들의 인연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국도에 약혼녀를 버린 죄책감에 살아가던 약혼남이 교사가 되어 아이의 담임으로 부임하였고 자신의 반 한 여학생이 살인범과 너무나 닮아 그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의 아빠는 사형되었지만, 약혼녀의 복수를 하려고 예전에 약혼녀가 죽은 곳으로 학생을 데려가고, 딸을 찾으러 나섰던 형사가 현장으로 와서 실랑이를 하게 됩니다. 담임은 약혼녀의 복수를 위해 "너의 아버지는 이미 사형을 당했으니 딸인 네가 죽어야 한다"며 총을 겨눕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하죠. "내가 죽인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자 담임은 아이에게 엄마를 죽인 형사를 죽이라고 총을 겨누게 합니다. 아이가 형사에게 총을 겨눈 채 소리칩니다. "우리 엄마를 죽인 것을 알고 있었고,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형사는 총을 겨눈 아이에게 애원하며 말합니다. "너는 내 딸이다. 그리고 너 자신을 위해서 이래서는 안 된다…."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시간이 지나 형사는 교도소를 나오게 되고 아빠를 기다린 딸이 다리를 절며 걷는 아빠와 함께 팔짱을 끼고 걷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영화 평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인과응보로 만난 인연으로 전개되지만 아이를 데려다 친딸 못지않게 키우고 부모 마음이 된 형사의 모습은 결국에는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과응보는 복수가 아니며 모든 것의 결과가 고정불변한 것도 아닙니다. 좋지 않은 인연을 만들었더라도 그 일을 분명히 알아 반성하고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사필귀정이 될 것입니다.
수능시험이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수험생들과 부모님들 힘내시고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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