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여러분, 잘 먹고 계시나요?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빨리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요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요리가 힘들고 지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다. 가서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된다. 하지만 식사 준비가 고역인 사람이라면 그 지겨운 일을 그만두거나 노동량을 줄이자. 그러면서도 잘 먹을 수 있고 자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중에서)

요즘 TV를 틀어도 인터넷을 둘러봐도 '쿡방'이 인기입니다.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인데 맛있게 먹기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출연자가 직접 요리하면서 만드는 법까지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음식 체인점 사장님이 나오셔서 간단한 요리를 멋지게 선보이기도 하고 연예인들은 자기 냉장고를 공개하기도 합니다. 요리로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게 인기 방송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책도 요리책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요리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요리책입니다. 지은이 헬렌 니어링은 육신에 영양을 공급하는 본연의 목적에만 집중하고 검소하고 절제한 밥상을 추구합니다. 생식을 추구하니 불을 많이 쓰지 않아 환경 친화적이고, 껍질 그대로 먹어 섬유소를 섭취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현대인의 좋지 못한 습관으로 생긴 병이 치유됩니다. 육식보다 채식을 추구하면 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아도 됩니다. 15분을 넘지 않은 조리법으로 더 많은 시간적 자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먹거리 이야기를 합니다. 그 먹거리가 나온 곳에 따라 분류하다 보면 요즘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산도, 들도, 바다도 아닌 바로 '공장'입니다. 치킨너깃을 먹지만 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이제 생길 것 같습니다. 감자튀김을 먹지만 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이제 생길 것 같습니다.

요즘만큼 먹거리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 때가 있었을까요? 그 관심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건강한 우리 몸, 건강한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헬렌 니어링이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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