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신도청과 문화산업어워드

경북도 신청사 이주 100일 앞둬

포토존 살아 있는 청사 만들어야

첫 문화산업어워드 제정 어떨지

한편으로는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경북 신도청시대가 100일 전후로 다가왔다.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된 경상북도의 안동-예천 신도청시대는 2월 중에 단행된다. '700세(歲) 경상북도'의 새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경상북도 신청사는 길지로 알려진 검무산 아래 25만㎡에 약 4천억원을 투입, 본청 의회청사 도민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건물(연면적 14만여㎡)로 짜여졌다. 얼핏 보면 청와대를 닮은 듯도 하고, 도산면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과 비숫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별 홍보를 하지 않고도 입주 전 순례객이 월평균 4천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신도청시대 경상북도가 신기원을 이룩하려면 청사 구석구석에 감동과 재미를 불어넣어야 한다. 우선 경북도 신청사에 가면, 누구나 인증샷을 올릴 만한 포토존이 있어야 한다. 잘 지은 청사만 덩그렇게 있는 것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주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단순한 행정공간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박제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신도청 벽면 어느 한 곳 정도는 경상북도 개도 700주년을 담은 스토리를 조각 하든, 탱화로 그려 내든, 프레스코화로 담든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 퀘백주에는 400여 년에 걸쳐서 이 도시를 개척하는데 앞장선 탐험가 쟈크 까르띠에를 비롯한 17명의 인물을 시대사별로 담은 프레스코화 등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퀘백주의 유명한 포토존을 능가하는 신청사 포토존이 있어야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

또한 새 출발을 앞둔 경상북도는 신역사를 담아낼 만한 캐릭터를 창조할 필요도 있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도시 전체를 살린 경우도 있다. 바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구마몬 이야기다. 구마모토현의 홍보부장인 구마몬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 곰 캐릭터다. 놀란 눈에 빨간 홍조를 띤 구마몬은 구마모토의 한자어가 곰(熊)을 나타내는 데서 착안해서 창조됐다.

구마모토현은 이 구마몬 마케팅을 통해서 일본 내 47개 지자체 가운데 하위권이던 인지도를 중'상위권으로 단박에 당겨 올렸다. 이 구마몬은 구마모토 현이 지역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연 유루캬라 그랑프리 작품이다. 지역적인 소재에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미하자 소득이 생기고, 관광객이 몰려오고, 지역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신도청시대를 맞는 경북에도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 신도청시대가 성공하려면 문화적인 시각을 가져야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사실 경상북도는 전국 문화재의 4분의 1을 가진 곳이자, 고대 문양의 보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이 경상북도 지역 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 0.9% 선에 머물다가 지난해 겨우 1.3%로 올라섰다.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유불선 3대 문화권 사업이 활발한 경상북도로 봐서는 수치이다.

이제 신청사시대를 맞는 경북도에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이 있고, 칸 방송광고대상을 수상한 젊은 디자이너와 우리나라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를 개발한 전문인이 있다. 게다가 경북 도내 문화산업체는 무려 587개나 된다. 이들을 활용하여 신도청시대 경북 도정을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수많은 경제 관련 상이나 경연대회, 문화축제 등은 있지만 문화산업어워드는 하나도 없다. 문화적인 기반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하고, 구찌나 코치를 능가하는 고대 문양을 지닌 경상북도가 신도청시대를 맞아 문화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경북, 문화적 감동으로 오래 기억되는 경상북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으로 민관을 아우르는 문화산업어워드를 제정하면 어떨까.

잘 만든 문화산업어워드로 문화산업계'일선 공무원'경북도민 등에게 잠재되어 있는 문화적 상상력과 끼를 맘껏 끌어내야 새로운 경북시대를 활짝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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