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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왕의 길 걷기 신라왕 56명 발자취…가족들 대거 참가 각종 체험도

고즈넉한 가을은 이미 단풍색으로 물들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 알록달록한 단풍잎은 더욱 반짝였다. 2시간가량 느릿하게 걷고 나면 지칠 법하지만, 1천년 전 신라인들의 자취를 되짚으며 고단함을 잊었다.

신라 왕들의 전설과 함께 가을 길을 걷는 '제3회 경주 왕의 길 걷기 행사'가 7일 경주 선도산 일원에서 열렸다. 신라왕 56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날 행사는 천년고도 경주의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후원했다.

왕의 길은 통일전에서 출발해 서출지와 정강왕릉, 헌강왕릉, 화랑교육원, 산림환경연구원으로 이어지는 5㎞ 구간이다. 올해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역사에 착안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하나됨으로 향하는 통일의 발걸음'으로 슬로건을 정했다. 출발지인 통일전은 삼국 통일의 기틀을 닦은 태종 무열왕 김춘추와 김유신 장군, 삼국 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의의가 큰 곳이기도 하다. 서출지에는 신라 소지왕 10년, 왕이 연못 한가운데서 한 노인에게 서찰을 받고 그의 지시대로 거문고집을 화살로 쏘아 자신을 죽이려던 승려와 왕비의 계략을 막았다는 전설이 있다.

왕의 길에 신라 49대 헌강왕릉과 50대 정강왕릉도 포함돼 있다. 헌강왕(875~886)은 재위 기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룬 왕으로 이름이 높다. 익히 알고 있는 '처용가'의 시대적 배경도 이 시기이다. 헌강왕의 동생인 정강왕(886~887)은 재위기간이 1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유언을 통해 여동생인 진성을 최초의 여왕으로 세웠다.

이날 행사는 걷기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신라시대 설화와 연결된 다양한 미션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경주대학교와 경주문화원 등 경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짚공예와 전통 연 만들기, 왕과 왕비 캐릭터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여창환 매일신문사 사장은 "아침에 잠깐 비가 오면서 길이 더욱 행복해졌다.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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