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世風] TK 남자여, 이제 바뀔 때다

'경북 출신 남자와 결혼하면 하루 65분 집안일 더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팀이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학술대회에서 '부모의 남아 선호, 성(性) 역할 태도와 가사 분담'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을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 교수팀은 남아 선호 지역에서 태어난 남자는 다른 곳 남자보다 집안일을 덜 하고 여자의 가사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1991~1994년 지역별 남녀 성비(여아 100명 출생에 대한 남아 출생 수)를 그 근거로 삼았다.

평균 성비는 103~107로, 성비가 높은 지역 출신 남자일수록 결혼 뒤 여자의 가사일이 많았다. 특히 1990년 성비로 인천과 경북을 비교한 결과, 인천 112, 경북은 131이었고 경북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인천 남자와 짝을 맺은 여자보다 하루 65분 더 집안일을 한다고 밝혔다. 1990년 대구 성비도 130이니 대구 남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거 대구경북 남녀 성비는 다른 곳보다 높았다. 1990년이 정점이었다. 남아 선호 탓으로 해석됐다. 보도 이후 당시 태어난 대구경북 남자는 물론 부모도 난감하게 됐다.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구경북을 보수적,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묻어나는 내용도 적잖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본지 기고(11월 6일 자)에서 "논문의 분석이 대형 재난에 버금가는 큰일"이라며 '낙인 효과'를 경계했다. "이 문제는 심각한 걱정거리다. 우리 지역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하루에 한 시간 가사노동을 더 하는 셈이라는 얘기가 널리 퍼지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우리 지역 남성과 결혼을 하겠다는 여성이 과연 있겠느냐." 김 교수는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유치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여성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답을 내놨다.

대구경북 남자를 만난 여자의 집안 내 불평등과 가사일 문제는 단지 남아 선호 탓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일 수 있다. 최고치의 1990년 이후 다행히 대구경북 남녀 성비 불균형이 급격히 낮아져서다. 대구는 1995년 116.9, 2000년 113.4, 2005년 110.7, 2010년 108.6으로 떨어졌다. 경북도 1990년 131 이후 갈수록 낮아져 1995년 118.1, 2000년 113.6, 2005년 110.6, 2010년 107.2다. 대구경북이 한결같이 같은 기간 전국의 평균치(116.5~ 106.9) 수준이다. 따라서 이 교수팀 분석처럼 남녀 성비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다. 남아 선호 지역이라는 오명(?)도 벗을 것이다.

사실 가사노동 문제는 지난 7월 '양성평등주간' 때 대구여성가족재단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자료가 잘 드러냈다. 대구의 가사노동 부인 전담 비율은 28.2%로 전국 7대 도시 평균(25%)보다 높아 최고다. 경북의 가사노동 부인 전담 비율은 33.8%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가장 높다. 이 교수팀과 대구여성재단, 경북여성원 자료는 대구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가사노동 불평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성비를 떠나 이는 일상적 현상인 듯하다. 원인은 남편의 무관심과 차별의 당연시, 혹은 김 교수 지적처럼 여성을 존중 않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대구경북은 유교 영향 못잖게 여성 배려와 존중의 역사도 깊고 오랜 곳이다. 동학 창시자 최제우는 과부 재가를 허용하고 부인을 존중해 가장 먼저 포교했고 남녀평등을 실천했다. 두 여종도 양딸과 며느리로 삼았다. 유례없는 여성 존중과 남녀평등의 씨앗은 대구에서 사형당한 경주 사람 최제우에 의해 대구경북에서부터 뿌려졌다.

이황 같은 대학자도 부인 권씨를 지극히 존중한 전례를 남겨 후세의 모범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국채보상운동에 발벗고 나선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그리고 '김수원 처 배씨' 같은 1907년 '7인의 대구 여성' 활동 역시 같은 배경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부인과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평등 실천에 앞선 대구경북 옛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 우리 대구경북 남자가 따라야 할 자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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