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몰려 사업재구조화(민자협약 재계약)를 신청한 포항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항만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경상북도'포항시가 낙관적인 비전만 발표했을 뿐, 배후산업단지의 조속한 조성과 SOC조기 확충 등 핵심적인 활성화 방안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결과"로 진단한다. 하지만 재구조화가 이뤄지면 후발항만임에도 여건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기에 발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침체·러시아 루블화 폭락 겹쳐 물동량 급감
◆영일만항 위기 원인
포항영일만항컨테이너터미널의 위기설은 지난 2013년부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철강경기의 급격한 침체로 포스코 물동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물동량이 2009년 개항 후 2년 만에 13만TEU(Twenty-foot Equivalent Units'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2년 14만7천TEU에 이어 지난 2013년 목표 18만5천TEU는 달성하지 못하고 14만3천TEU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운영사인 포항영일신항만㈜ 측도 이때만 해도 상황을 비관하지는 않았다. 당시 자본잠식이 70%가 넘은 상황이었지만 민자항만의 특성상 단기 운영차입금 상환부담으로 자본잠식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운영차입금을 갚아가면서 물동량이 늘게 되면 영업이익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하고 2017년쯤 경상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2014년 하반기에 또다시 결정적인 위기가 들이닥쳤다. 철강경기의 급격한 침체는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가 터졌다. 루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으로 2014년 10월 영일만항을 통한 녹다운(Knock-down: 완성차 분해 반제품화) 방식의 쌍용자동차 러시아 수출이 중단됐다. 한해 물동량의 최대 30% 내외를 차지하는 주요 물량이 빠져버린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결정타였다. 그 여파로 올해 포항영일만항 컨테이너의 물동량은 10만TEU 내외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물량 공급하는 배후산단 1·3단지 아직 '미분양'
◆배후 일반산단 조성 급선무
철강경기의 침체와 러시아 루블화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항만 관계자들은 근본적으로 영일만항의 위기는 잠재돼 있었다는 반응이다. 항만의 근본적인 활성화의 선결조건은 수출입물량을 공급하는 항만 배후산업단지의 조성이다. 항만이 건설되는 동안 영일만항배후일반산업단지(이하 배후산단)의 분양과 조성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배후산단의 물량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다른 지역 물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위기에 더 취약해졌다.
배후산단은 포항시가 지난 2004년부터 영일만항 물동량 확보와 고용창출을 위해 북구 흥해읍 죽천리 일대 607만5천㎡에 4개 일반산업 단지 조성을 시작해 현재 1'2'3 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제4일반산업단지는 조성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975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1년 5월 조성을 끝낸 2단지는 100% 분양을 완료했지만 1천21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 부지조성이 끝나는 1단지 분양률은 70% 수준. 지난 2012년 조성을 끝낸 3단지는 당초 동국 S&C가 풍력발전기 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경기침체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4개 배후산단 중 가장 넓은 4단지는 2018년까지 부지조성을 목표로 사업시행자를 찾고 있다. 현재는 배후단지의 입주한 10여 개 업체 중 영일만항을 통해 물류를 처리하는 곳은 거의 없다.
포항영일신항만 관계자는 "포항이 사실상 영일만항의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배후산단의 조속한 조성완료와 대규모 수출입물량을 가진 공장 유치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항만배후단지 조성 때 신규 물동량 연간 4만6000TEU
◆"장기적으로 희망은 있다"
포항시가 조성하는 배후산단 이상으로 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국가가 관리하는 항만배후단지이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 7월 컨테이너항만 '배후단지' 13만㎡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고시했고 이어 입주업체를 모집해 2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포항해양수산청은 ㈜대우로지스틱스 등 3개사 컨소시엄인 ㈜포항인터내셔널과 ㈜포항국제물류센터냉동창고 등 2개 업체와 세부내용에 대한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실시협약계약을 체결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총 250억원이 투자돼 물류창고'냉동창고 등 물류센터 5동이 들어선다.
공평식 포항해양수산청장은 "국내 굴지의 종합물류기업과 국내외 농수산물을 수출입할 수 있는 냉동창고 운영업체를 유치함으로써 연간 신규 화물물동량 약 4만6천TEU와 150여 명의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며 "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해 항만배후단지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거래 많은 업체, 영일만항 이용 유도해 물량 확보 기대
◆경북도 차원의 노력은
경북도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 지난해 7월 경북도는 영일만항 물동량 확보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한국해양대학교가 맡아 6개월의 연구 끝에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러시아로의 수출입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 방안이었다. 연구용역팀은 국내에서 러시아와 거래가 많은 국내 500대 업체 리스트를 제시했다. 이들 업체가 포항영일만항을 이용하도록 한다면 노선과 운항횟수 등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 김준곤 항만정책과장은 "해당 업체들과 접촉해본 결과 물량의 부피가 크고 무거울수록 도로수송이 걸림돌이었다. 2018년 영일만항 인입선 철도가 개통되면 규모가 큰 추가적인 물량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또 하나 영일만항의 활성화의 조건은 대구경북 물량의 확보다.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운영사인 포항영일신항만이 포트세일에 동분서주했지만 개항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항을 제외하고 대구경북의 컨테이너물량은 2%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가 조성하고 있는 일반배후산업단지와 해양수산청이 조성하는 자유무역지대 배후단지에서 수출입 물량이 창출되면 영일만항의 항로'횟수가 늘 것이고 그땐 대구경북의 물류 물량도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