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담배로부터 청소년 보호는 사회적 책임

우리나라 전래 동화의 처음에는 흔히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로 시작되곤 하여 담배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역사적 자료인 1614년(광해군 6년)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과 1635년(인조 13년) 장유가 지은 '계곡만필'이라는 서적 등에서 설명된 담배는 일본에서 조선으로 흘러들어 왔으며 전래 초기에는 기호품이면서 한편으로는 의약적 효능을 가진 유익한 물품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로 1492년에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이후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간혹 정신과 치료 요법으로 담배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담배의 유독성이 밝혀지게 되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아니라 백해무익하여 반드시 없어져야 할 물질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실례로 담배가 유럽에 전해지기 전까지는 폐암에 대해 기록된 문서가 전혀 없을 만큼 매우 희귀한 질병이었다고 한다. 또한 지난 1992~2000년 8년간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3개국 국민 4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폐암과 후두암을 일으키는 원인의 90% 이상이 흡연임이 밝혀졌다.

최근 정부의 각종 금연 정책과 국민의 웰빙에 대한 욕구 증대에 따라 성인들 사이에서 금연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일부 청소년들이 질병과 죽음을 재촉하는 흡연의 길에 발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주위로부터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하는 일부 불우 청소년들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호기심에 이끌려 어린 청소년들이 유독 물질을 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북도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경북행복재단은 지난 8월 청도와 안동 학생수련원에서 그 지역 흡연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또래 금연지킴이 캠프'를 1박 2일간 운영하였다. 참가 학생들에게 흡연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배양시키고, 금연 의지력 향상 및 자기 주도적 실천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금연과 건전한 성장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특히 참여한 학생들에게 경상북도교육청에서 '또래 금연지킴이' 임명장을 수여하여 스스로 금연 실천과 아울러 또래 흡연자를 금연하도록 이끄는 조력자로 거듭나는 시간을 가졌다.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은 "그간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보고 듣고 한 탓에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쉽게 끊을 수 없는 니코틴 중독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어른들의 관심에 감사한다"고 결연한 금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금연캠프 참가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꾸부정하고 관리 받지 못한 나무는 일회적 땔감으로 아궁이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르게 자란 나무는 반듯하게 재단되어 땔감 이상의 가치로 승화되어 존속하게 된다. 심지어 궁궐과 사찰 등 국보로 지정된 건물의 기둥과 대들보가 된 나무는 예술적 존재로서 그 위용을 천년에 걸쳐 드러내며 우리 인간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또한 사랑의 부목(副木)과 관심의 간벌(間伐)을 받으면 건전하고 반듯한 시민으로 성장하여 나아가 사회와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담배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미래에 대한 꿈마저도 소진(燒盡)시켜 버리는 청소년의 흡연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다 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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