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의 신소재 '탄소산업' 새 거점 경북] ⑤탄소소재 국산화 최초 성공 경산 '극동씰

中企에 유망한 '기계구조' 틈새 집중…국내 최다 2,200종 규격 생산

극동씰테크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계구조용 탄소소재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 생산공정과 생산제품들 모습. 김진만 기자
극동씰테크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계구조용 탄소소재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 생산공정과 생산제품들 모습. 김진만 기자

탄소(Carbon)는 철보다 10배 이상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정도로 가볍다. 일반적인 금속은 열에 변형되고 산소와 접촉하면 산화되지만 탄소는 400℃ 이상이 돼도 열변형이 없고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가벼우면서 내마모성이 아주 뛰어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탄소소재는 기계'전자 제품과 제철 제강, 항공우주, 원자력 발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넓게 사용되고 있어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그 쓰임새나 산업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탄소.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경산의 극동씰테크㈜의 도전은 놀랄 만한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탄소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소재는 벽돌 같은 블록이나 둥근 바 형태로 100% 외국에서 수입해 온다. 독일과 일본 등지의 일부 글로벌 회사들만이 탄소소재 원천 제품은 물론 생산기술과 탄소제품 응용가공기술 등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입해 온 이 탄소소재를 선반과 밀링 등 가공장비를 통해 2차적으로 형상가공하는 정도밖에 못 한다.

하지만 극동씰테크는 달랐다. 1999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오직 탄소소재 분야 한 길만 걸어오면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다.

극동씰테크가 선택한 분야는 기계구조용 탄소소재다. 이 분야는 중소기업이 도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이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통용되는 전 규격의 메커니컬 실(Mechanical Seal)을 기초설계에서부터 완제품까지 풀 라인 생산하고 있다. 메커니컬 실은 펌프 냉동기 냉각기 등에 장착돼 이송유체(물'기름'가스)의 양을 조절하거나 누설을 방지해주는 핵심부품.

이 제품에는 극동씰테크만의 기술이 담긴 탄소소재가 사용된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전 규격의 메커니컬 실을 TS 16949/ISO 9001 기준에 입각해 표준생산하고 있다. 메커니컬 실은 극동씰테크가 오늘날 탄소소재 산업에서 선두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이자 발판이 되었다. 지금도 설계에서부터 제작까지 국내 최다 약 2천200여 종을 규격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개발로 일본, 독일 등 소수 기술 선진국 전유물이었던 고품질 고밀도의 탄소재(Carbon & Graphite) 응용제품을 소재 생산에서부터 기능성 완성품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대량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내마모성 메커니컬 실링재, 가스미터기의 카본 밸브 및 시트, 주유기의 카본 시트 등 박판(얇은 판)'고굴절 탄소재 제품을 최첨단 주입 및 압축 공법으로 대량생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메커니컬 실의 설계에서부터 기계구조용 응용제품의 생산, 안정화 작업, 소결 작업까지 자체 보유 기술 및 장비로 균일한 고품질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사용 환경에 따른 최상의 재질 적용을 할 수 있는 업체다.

◆품질'가격 모두 경쟁력 갖췄다

극동씰테크 설립 초창기에는 국산화 요구에 따른 수입 대체품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유기 유량조절용 탄소재 밸브와 시트를 국산화해 공급했다. 오'폐수용 메커니컬 실도 국산화했다. 이어 버스 냉동기용 고밀도 탄소재 개발, 탱크(전차) 연료펌프용 카본 실, 해수용 진공펌프'고속회전 선박 엔진용 메커니컬 실 등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관련 회사에 공급했다.

또 원자력발전소 부품정비업체로 지정되고, 전투기(F4, F5) 연료펌프용 카본 실을 개발해 부품 소재 신뢰성 인정을 받아 부품을 공급했다. 이 회사는 2008년 기업부설 연구소인 '제로 탄소(Zero-Tanso) 연구소'를 설립해 시험분석, 소재'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문성을 키웠다.

그 효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다. 자동차 연료전지용 그라핀-피치 분리판 소재 합성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탄소재 관련 특허를 다수 등록했다.

2011년에는 자동차 브레이크 진공 펌프용 탄소재 회전체(로터/베인)와 냉동탑차용 카본 실을 개발해 탄소 응용제품을 완성차에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듬해 국내 최초로 탄소재 부품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공급할 수 있는 SQ인증(Supplier-Quality Mark'공급자 품질인증제도)을 획득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 전자, 일반 산업기계 등 다방면에 탄소소재의 장점을 적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극동씰테크 제품은 차별화된 보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입품과 동등하거나 더욱 뛰어난 품질로 가격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에서 개발'생산하는 제품은 점차 국내 독점 아이템으로 굳어졌다. 이는 결국 이 회사만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로 국내 고객사의 원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경북 프라이드 상품기업 선정, 경북 중소기업 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수상 등 9개의 각종 상을 받았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극동씰테크 고재식 CTO는 "우리 회사의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국내 탄소소재 분야 원천소재 중간소재, 생산기술 관련 23건의 지식재산권과 10건의 방산품 국산화 개발 확인서를 보유하는 등 국내 이 분야 최초'최다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경량화, 친환경이라는 산업 트렌드에 따라 정부나 경북도에서 탄소산업 육성정책을 펴고 있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탄소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학'연 관계자들을 모아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MOU를 체결했다. 극동씰테크는 이 업무협약에 참여한 11개 기업 중 유일한 중소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경북도의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보고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앞으로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고재식 CTO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손잡고 개발한 카본 실, 폭스바겐 승용차 에어컨 냉매장치에 들어갈 고속 고압 회전용 실, 무소음 베어링 분야 등에 우리 회사 탄소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어느 정도 개발 완료한 상태다. 이들 제품이 실제 적용되면 회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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